'핑크 복면' 쓴 마미손 …"모든 게 놀이, 즐기니 잘 돼"

'핑크 복면' 쓴 마미손 …"모든 게 놀이, 즐기니 잘 돼"

남형도 기자
2019.02.02 06:10

[인터뷰]'탈락 불구덩이'서 도약한 마미손 "매드클라운과 콜라보? 별로 안 내켜"

핑크 복면을 뒤집어 쓴 래퍼 마미손이 하얀 치아를 훤히 드러내며 미소를 짓고 있다. 귀가 막혀 있어서 답답할 것 같은데, 뚫을 생각이 없냐고 하니 "그럼 멋이 없다. 제가 멋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사진=이상봉 기자
핑크 복면을 뒤집어 쓴 래퍼 마미손이 하얀 치아를 훤히 드러내며 미소를 짓고 있다. 귀가 막혀 있어서 답답할 것 같은데, 뚫을 생각이 없냐고 하니 "그럼 멋이 없다. 제가 멋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사진=이상봉 기자

불구덩이로 떨어지는 걸 똑똑히 봤다. 핑크색 복면이 이글이글 타는 듯 했다. 보기 좋게 탈락했었다. 'Mnet 쇼미더머니'란 힙합 오디션에서다. 신인 래퍼고, '마미손'이라 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핵인싸'가 됐다. 자신을 탈락시킨 악당들에게 일갈한 랩 '소년점프'는 유튜브서 조회수만 3575만(30일 기준)을 찍었다. 뚝섬 유원지서 운동하는 어머니들을 따라한, 기이한 춤 영상도 286만명이 봤다. 영상은 8개 밖에 없는데, 구독자는 무려 52만여명.

같은 래퍼(크린랩)로서 궁금했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심지어 즐거워보였다. 얄미웠다. 나도 재밌었음 좋겠는데. 기사를 빙자해, 비결을 뺏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줬다. 그의 가사를 인용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16일 서울 서초구 어딘가에서 그와 접촉했다. 백팩을 멘 마미손은 공손하게 인사했다.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정확히 맞춰왔다. 시간 관념이 철저했다. 전날 잠을 많이 못 잤다고 했다. 그만큼 요즘 바쁘단다. '잘 나가는 래퍼는 다르구나. 나는 스케줄이 자는 것 밖에 없어, 야식 먹고 푹 잤는데.' 더더욱 그를 파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함께 지하에 있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자리에 앉더니, 외투를 벗었다. 귀여운 반팔 곰돌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복면은 거꾸로 뒤집어 쓴 채였다. "복면 앞쪽은 고무줄이 늘어나서"라고 했다. 생각보다 치밀한 사람이었다. 겨울이 되니 복면이 따뜻해서 좋단다. 그렇게 처음엔 빙빙 돌려 딴 이야길 하다, 본격적으로 허를 찔러보기로 했다.

일단 정체를 추궁해보기로 했다. 유명 래퍼 '매드클라운'이란 의혹이 있었다. 물론 그는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었다. "국적은 불명, 고향은 음악"이란 알 수 없는 말들로 본질을 흐려왔다.

마미손이 인터뷰 도중 스웩(swag) 넘치는 손짓을 하고 있다. 흡사 비둘기가 날아가는 듯한 모습이다(peace)./사진=이상봉 기자
마미손이 인터뷰 도중 스웩(swag) 넘치는 손짓을 하고 있다. 흡사 비둘기가 날아가는 듯한 모습이다(peace)./사진=이상봉 기자

가사를 잘 까먹는 모습이, 매드클라운과 닮았다

뭐 랩하는 사람들, 쇼미더머니 나온 사람들도 가사를 여러 번 자주 까먹는다. 그럼 그 분들도 똑같이 적용해서 의혹을 제기하겠나? 뭐, 가사는 까먹을 수 있다.

'소년점프' 음원을 보면, 작사·작곡이 매드클라운이다. 혹시 곡을 뺏겼나?

저도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너무 억울하고, 저는 그냥 그저 억울하다.

유튜브 영상(수익 공개하는)을 보면, 침대 위 매드클라운 안경으로 추정되는 게 있다

눈이 안 좋으면 안경 쓸 수 있다. 저도 눈이 안 좋아서 시력이 나쁘다.

매드클라운은 유부남인데, 혹시 동침하는 것 아닌가?

음? 그게 무슨 질문인가, 침대를 왜 같이 쓰겠나.

매드클라운이 마미손에게, "저작권협회 등록도 안된 신인 주제에"라고 했는데

저작권협회 등록하려면 등록비를 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비싸다. 유튜브로 돈을 좀 벌긴 했는데, 다른 분들 여행 보내드리는데 썼다. 차차 많이 벌 것이다.

매드클라운과 콜라보레이션(공동 출연·작업) 할 수 있겠나?

글쎄, 별로 안 내킨다. 그 사람 음악이 제게 크게 와닿질 않는다.

마미손과 기념 투샷을 찍은 래퍼 크린랩. 얼굴 크기 차이가 많이 나서, 현실 부정을 위해 블러 처리를 했다. 본인이 큰 게 아니라, 그가 너무 작은 것이다./사진=이상봉 기자
마미손과 기념 투샷을 찍은 래퍼 크린랩. 얼굴 크기 차이가 많이 나서, 현실 부정을 위해 블러 처리를 했다. 본인이 큰 게 아니라, 그가 너무 작은 것이다./사진=이상봉 기자

'마미손=매드클라운'이란 의혹은 이렇듯 강하게 부정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던데, 의혹은 더 커졌지만 더 물을 수 없었다. 마미손은 "뭔가 근거를 대려면, 좀 더 정확한 걸 여러분들이 가져오셨으면 좋겠다"고 어조를 높였다. 그래서 다른 질문을 하기로 했다. 복면을 쓰게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다.

마미손을 탈락시킨 심사위원들(악당들) 앞에서 결국 공연했다

그 때 되게 재밌었다. 스윙스와 기리보이는 고무장갑까지 끼고. 그럴거면 왜 애초에 떨어뜨렸는지. 저는 재밌었다. 즐거웠다. 떨어지고 결승 무대에 선 그 과정들이, 너무 재밌었다.

그럼 다음 쇼미더머니에도 나오나?

아니, 전혀. 하하, 전혀 아니다.

복면을 안 썼다면, 합격했을까?

아니, 그래도 떨어졌을 것 같다.

지난해 Mnet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에 출연했다가 탈락한 뒤 불구덩이로 떨어진 마미손. 결국엔 전화위복이 됐지만, 그는 "다시 쇼미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사진=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 방송화면 캡쳐
지난해 Mnet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에 출연했다가 탈락한 뒤 불구덩이로 떨어진 마미손. 결국엔 전화위복이 됐지만, 그는 "다시 쇼미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사진=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 방송화면 캡쳐

복면을 쓴 이유는 대체 뭔지?

그냥 혼자 재밌고 싶었다. 재밌게, 혼자. 쇼미더머니 나가서 놀고, 떨어지고 영상 만들며 놀고, 공연하며 놀고, 이렇게 인터뷰하며 놀고. 마미손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즐기는 과정들이 다 저에겐 놀이다.

복면 쓰면 기분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배O그라운드'란 게임을 할 때, 총을 더 잘 쏘게 된다. 음악 들을 때도 더 흥이 나는 게 있고, 겨울엔 좀 더 따뜻하고. (여름엔 바꾸시나?) 여름엔 삼베 버전 복면이 따로 있다.

재밌어 보이는 게 제일 부럽다. 저도 조언 좀

복면 쓰면 될 것 같다. 이게 되게 값싸고 좋은 위장수단이라 쉽게 구할 수 있다.

아니면 필명(筆名)을 바꿔도 되지 않을까? 마미손이 있으니까, 크린랩. 뭔가 깨끗한 기자로서 투명성이라던지. 크린랩에서 고무장갑이 나온다. 그럼 저랑 경쟁 구도로 가시는 거다. (아, 괜찮겠나?) 저는 자신 있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란 말은 대체 무슨 뜻인가

떨어져도 계획대로 되고 있고, 모든 게 내 계획 안에 있단 뜻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냥 그걸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창의성을 발휘해서 어떤 상황이든 놀이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저의 태도인 것 같다. 쇼미더머니 떨어졌을 때도, 이걸 어떻게 하면 좀 뒤집어 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아이디어가 나왔다. 결과적으론 탈락 조차도 즐겁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니까 잘되고 그런 것 같다.

그 마음을 백번 이해했다. 기사를 쓸 때, '잘 써야지' 생각하면 재미가 없어지곤 했다. 반응이 좋을 땐 좋은데, 안 좋을 땐 실망했었다. 그래서 그냥 즐길 수 있단 게 참 부러웠다. 그래서 마미손에게 에너지를 받고 싶었다. "기운을 전해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마미손에게 왼손을 올리자, 그도 오른손을 올렸다. 마미손과 크린랩이 두 손을 마주댔다. 온기가 느껴졌다. 마미손의 즐거운 기운을 뺏어오는 순간이었다. 감사하다고, 좀 즐거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마미손도 웃었다.

마미손에게 즐거운 기(氣)를 좀 나눠달라고 했더니, 기꺼이 그러겠다고 수락했다. 손바닥을 서로 맞대어, 마미손의 기를 뺏어오고 있다. 경쟁자인 크린랩에게 너그러운 마미손의 여유가 느껴진다./사진=이상봉 기자
마미손에게 즐거운 기(氣)를 좀 나눠달라고 했더니, 기꺼이 그러겠다고 수락했다. 손바닥을 서로 맞대어, 마미손의 기를 뺏어오고 있다. 경쟁자인 크린랩에게 너그러운 마미손의 여유가 느껴진다./사진=이상봉 기자

그리고 마미손의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소년점프' 후속곡이 있나? 어떤건가?

후속곡은 없다. 준비하고 있는 건 여러개가 있는데, 단순히 음악이 아니다. 음악일 수도 있고, 음악이 아닐 수도 있다.

'마미손과 친구들'이란 것도 준비한다던데

저와 같이 하는 친구들, 동료들이다. (악당들도 있나?) 악당들은 없다. 상종 안한다. (다 같이 복면 쓰는 건가?) 복면은 저만 쓴다.

단독 콘서트 할 계획은 없나?

그건 제가 하고 싶어질 때 할 것 같다. 지금은 너무 초짜 신인가수라서.

콘서트에 가면, 마미손 장갑 나눠줄 건지

아 그거, 뭐, 아, 한 번 생각해보겠다. (관객들이 단체로 흔들면 재밌을 것 같은데?) 되게 이상한 광경이겠다.

새해 목표가 철들지 않는 거라고 했다

아티스트는 영원히 철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러 뜻이 있겠지만, 일단 어떤 상황이라던지 사물이라던지. 그런 걸 대할 때 순수성 내지는 유연함을 잃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다. 그게 창작활동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 저만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것. 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가.

정체를 밝힐 계획은?

저는 그냥 마미손이다.

마미손과 핑크퐁이 닮았다는 의혹이 있어서, 한 번 사진을 붙여서 편집해봤다. 핫핑크라는 큰 공통점이 있다./사진=마미손과 핑크퐁 사진을 그림판에서 합침
마미손과 핑크퐁이 닮았다는 의혹이 있어서, 한 번 사진을 붙여서 편집해봤다. 핫핑크라는 큰 공통점이 있다./사진=마미손과 핑크퐁 사진을 그림판에서 합침

그리고 야심차게 준비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우문(愚問: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핑크퐁과 비슷하단 이야기가 있다. 노랑 왕관을 써볼 계획이 있느냐"고. 그러자 마미손이 이렇게 말했다. 현답(賢答: 현명한 대답)이었다.

"근데 그건 핑크퐁이니까. 제가 뭐하러 핑크퐁을 따라하겠습니까."

마미손이 친히 그려준 싸인. 손바닥을 대어 봤더니, 손 크기가 거의 비슷했다./사진=남형도 기자
마미손이 친히 그려준 싸인. 손바닥을 대어 봤더니, 손 크기가 거의 비슷했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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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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