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걸레로 닦아도 '불안'…버스 운전자들 '코로나' 공포

삶은 걸레로 닦아도 '불안'…버스 운전자들 '코로나' 공포

임찬영 기자, 정경훈 기자
2020.01.29 15:11
29일 서울 중랑차고지. 운행을 마친 버스기사가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29일 서울 중랑차고지. 운행을 마친 버스기사가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일본에서 한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국내 대중교통 종사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외출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도 되도록 외출을 꺼리는 모습이다.

2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차고지 운행을 끝내고 돌아온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세정제를 뿌린 버스창을 와이퍼로 닦고 있었다. 기사들은 막 출발하는 다른 운전사에게 "마스크 썼냐"고 묻는 등 서울시에서 내린 버스기사 마스크 착용 지침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였다.

운전자들의 불안감은 이날 일본에서 2차 감염자가 생겼다는 소식에 증폭됐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한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일본 국내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우한에서 일본으로 온 여행객을 이달 8~16일 두 차례 걸쳐 버스에 태운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소독제 새로 비치안된 버스…불안한 운전자들

버스 바닥을 삶은 대걸레로 닦던 운전기사 이모씨(65)는 "일본 버스기사 감염 소식이 남 일이 아닌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운전기사 경력 25년째인 그는 "사스, 메르스 유행 때도 일했지만 지금 코로나가 확산력이 더 뛰어난 것 같다"며 "손님과 말할 때면 괜히 의식되곤 한다"고 했다. 다른 운전기사 안모씨(45)도 "누군가 기침하면 괜히 쳐다보게 되기도 한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신종코로나 감염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손 닦기'로 알려졌지만 아직 버스에는 손 소독제가 새로 비치되지 않은 상태다. 시내버스 기사 최모씨(40)는 "곧 손소독제가 지급된다고 하는데 소독제가 있으면 더 안심될 것 같다"고 했다. 차고지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랑구 주민 인 다른 최모씨(62)도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버스 탄다"며 "소독제가 없어 불안하다"고 밝혔다.

근처 상봉터미널에서 만난 시외버스 기사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서울과 광주광역시를 오가는 기사 권모씨(44)도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운전석 뒤에서 손님이 기침할 때면 불안하다"며 "사람과 접촉 많은 일을 하다보니 가족들 걱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승객 10명 중 3명이 외국인이고 외국인 60% 정도가 중국인인데 중국인 승객이 타면 괜히 더 불안한게 솔직한 마음"이라 털어놓았다.

불특정 다수인 승객과 한 공간을 써야 하는 택시 기사도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택시기사 홍모씨(60)는 "최근 손님에게 택시 어플리캐이션(앱) 사용법을 알려주느라 손님 휴대폰을 만졌는데 이조차 불안했다"며 "중국사람이 타면 마스크를 썼어도 좀 더 신경쓰인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가 퍼지고 있는 29일 서울역 한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모인 손님들 /사진=머니투데이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가 퍼지고 있는 29일 서울역 한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모인 손님들 /사진=머니투데이

대중교통 승객도 불안…역사 약국은 '마스크' 찾는 고객 붐벼

관광객 등 멀리 이동하는 승객으로 붐비는 지하철, 기차역에서도 시민과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서울역 안에 위치한 한 약국 앞은 마스크를 사려는 손님으로 붐볐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9)는 "신종코로나 확산 전에는 마스크를 안 썼는데 서울역 와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 약국에서 바로 샀다"며 "친구랑 약속을 당일 취소할까 고민할 정도로 불안하다"고 밝혔다.

이 약국 대표 약사 A씨는 "현재 마스크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며 "남은 재고가 다 떨어지면 구하기 힘들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미화를 담당하는 직원 B씨는 "지금이 평소보다 불안하긴 하다"며 "마스크를 꼭 끼고 손도 더 잘 씻는 등 개인이 챙길 수 있는 위생법은 꼭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망우역 미화노동자 김모씨(61)도 "신종코로나 발생 후 가족들이 마스크 쓰라고 신신당부하는 등 걱정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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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정경훈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경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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