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용도'라고 공문에 적시해 서울중앙지검에서 복사해 간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에 활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를 통해 드러났다. 박 담당관은 윤 총장의 징계청구 혐의 가운데 하나인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감찰 방해'에 대해 위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왜 제 식구 감싸기인지 설명해드리겠다"고 말하며, 한 검사장과 윤 총장 부부 간의 통화 횟수 등을 증거로 들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본인의 징계절차가 아닌 제3자인 윤 총장에 대한 징계절차에 사용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박 담당관은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이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과 연관되는 비위사건이라며 "적법하게 수집한 자료"라는 입장이다. 어디까지 맞고 틀렸을까.
박 담당관 주장 핵심은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과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 담당관은 법무부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기록은 통신영장의 목적이 되는 범죄나 이와 관련되는 범죄로 인한 징계절차에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검찰총장의 강요미수 관련 감찰방해로 인한 직권남용 사건은 한 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와 관련되기 때문에 한 검사장의 통신기록을 윤 총장의 징계절차에 사용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박 담당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로부터 윤 총장 부부와 한 검사장 간의 통화기록을 복사해온 것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통신비밀보호법 13조의 5에 의해 준용되는 12조에 따르면 통신자료는 통신영장의 목적이 되는 범죄(강요미수)나 이와 관련되는 범죄로 인한 징계절차에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법무부 감찰규정상으로도 적법하다. 실무상 그동안 감찰사건 진행시 일선으로부터 수사기록 전체를 자료로 제출 받아왔다"고 했다.
박 담당관이 근거로 언급한 통신비밀보호법부터 살펴보면, 징계절차 범위에 '관련범죄'라는 문구가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12조 1·2호에 따르면 수사나 통신영장 집행으로 취득한 자료는 △수사와 소추의 경우에는 영장 집행의 목적이 된 범죄 및 이와 관련되는 범죄가 포함되지만 △징계 절차의 경우에는 '통화내역 조회의 목적이 된 범죄로 인한 징계절차에 사용하는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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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담당관의 주장처럼 징계 절차에 '관련 범죄'라는 문구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11월 A경찰서 수사과 지능팀이 원고의 뇌물수수 사실을 입증할 목적으로 확보한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다른 징계사유로 사용한 점에 대해 절차적 하자를 인정한 바 있다.
법적인 근거를 인정하더라도 윤 총장 징계사유인 감찰방해나 감찰사실 누설 등이 통신비밀보호법 12조 1호상의 '관련되는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윤 총장 징계사유는 한 검사장의 혐의인 강요미수와 관련되지 않으며, 윤 총장을 강요미수의 공범으로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 검사장의 통신기록을 제3자인 윤 총장에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윤 총장 혐의가 통신비밀보호법 5조 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 허가요건(반란죄, 군형법상 이적죄 등 중범죄)에 해당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대법원은 통신기록 제공요청의 목적이 된 범죄와 '관련된 범죄'의 범위를 엄격하게 본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2016도13489)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의 목적이 된 범죄와 관련된 범죄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자료제공 요청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의미한다.
여기서 관련성이란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내용과 수사의 대상 및 수사 경위 등을 종합해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은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윤 총장 부부와 한 검사장의 통화기록을 복사해 간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법무부 검찰담당관실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접 감찰 지시가 있었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한 한 검사장의 수사기록을 복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문제는 공문 발송 이후다. 감찰담당관실은 채널A 수사기록 전체를 복사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한 검사장과 이동재 채널A 기자 간의 통화기록 뿐만 아니라, 한 검사장과 윤 총장 부부의 통화기록, 한 검사장의 통화기록을 분석한 보고서까지 요청했다.
형사1부는 감찰규정상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반대하는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한 검사장 감찰에 필요한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사이의 통화기록만 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무부가 통화기록 전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형사1부는 내줄 수밖에 없었고, 변필건 형사1부장은 통화내역을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용도로만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 담당관이 '감찰방해'라며 사실상 압박을 했다거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중앙지검 수뇌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한 검사장의 통화기록 요청과 제공 행위가 수사 중 감찰 금지를 규정한 감찰 규정을 위배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감찰규정 3조(감찰의 준칙)는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자료요청을 필요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자료제공 과정에 잡음이 적지 않았던 만큼 자료제공 범위가 적절한지, 수사에 지장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감찰관실이 해당 자료를 윤 총장 감찰에 쓸 목적으로 가져간 것이고, 형사1부도 이를 인지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