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근무했으나 한번도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한 독서실 총무의 사연에 많은 누리꾼들이 공감했습니다.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독서실에서 오랫동안 총무 아르바이트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B씨는 일하는 내내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매일같이 자정이 훌쩍 넘은 새벽시간에 퇴근하면서도 월급으로 20만원을 받았습니다. 다른 처우도 좋지 않았습니다.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가족여행을 이유로 아버지의 기일을 맞은 A씨에게 근무를 강요했습니다.
A씨는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독서실을 팔아서라도 달라"며 밀린 돈의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A씨의 요구에 B씨는 '돈에 눈이 먼 짐승'이라며 A씨를 헐뜯기까지 합니다.
새벽시간까지 일을 하고도 월 20만원밖에 안 되는 급여를 받아온 A씨의 상황, 법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독서실 총무는 근로자 아니다?
독서실 총무에게 근로의 대가로 낮은 급여를 지급하는 대신 공부할 공간을 제공하는 업주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많은 총무들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급여는 적지만 일을 하면서 동시에 고시나 자격증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서로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만들어진 상황이라도 지나치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에 턱없이 못미치는 사실상의 무임금 노동을 강요하거나 근로계약서 작성을 회피하는 경우입니다.
A씨도 유사한 케이스로 보입니다. A씨가 정확한 근로시간을 말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 새벽 2시까지 근무했다고 언급한 부분을 고려하면 20만원의 월급은 턱없이 적어 보입니다.
독서실이나 고시원의 총무는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업주의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는 건 아닙니다. 업무의 종류와 강도가 다를 뿐이지 고시원이난 독서실 총무 역시 엄연한 근로자입니다.
과거 법원은 고시원 총무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다른 직종의 비해 휴게시간이 많은 것은 맞지만 업무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자유로운 시간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06.23 선고 2017노922 판결)
법원은 다만 이들이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할 여지는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란 경비원, 운전기사 등 감시업무를 주로 하거나 휴식시간이 길어 상대적으로 정신·육체적 피로가 적은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이나 학교 당직근로자 등이 이에 속합니다. 고용주는 법에 명시된 요건을 맞춰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후 감시·단속적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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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근로자 지위는 인정되지만 예외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주휴수당과 휴게시간입니다.
현행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 휴일을 보장해야 합니다. 아울러 근로시간이 4시간이 넘어갈 경우엔 최소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줘야 하는데요.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예외적으로 본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A씨 사례는 어떨까요? 만일 B씨가 감시·단속적 근로자를 고용하겠다고 사전에 승인을 받은 경우라면 근무 중 휴게나 식사시간을 주지 않은 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사전 승인이 없었다면 A씨는 문자에 적혀있는대로 주휴수당을 포함한 밀린 임금을 다시 계산해 노동청에 진정을 넣을 수 있습니다.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늦으면 허사
밀린 임금을 받으려면 A씨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퇴직금을 포함한 임금채권은 소멸시효가 3년입니다. 3년간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채권이 소멸돼 더이상 B씨에게 돈을 요구할 수 없게 됩니다.
임금 채권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점부터 진행됩니다. 다시 말해 월급날(정기지급일)의 다음날부터 각각 기산되는데요. A씨의 경우 처음 일을 시작했을 시점부터 현재까지 약 2년6개월 정도가 흐른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은 기간인 6달 내에 법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좋습니다.
통상 임금체불 문제가 벌어지면 진정 절차를 밟습니다. 밀린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건데요. 지방고용노동관서 근로감독관은 진정이 접수되면 임금체불 경위와 임금 지급시기 등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지급을 지시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돈을 받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고소 단계로 넘어갑니다. 체불임금 액수가 5000만원 미만일 경우 징역 4~8월이 선고됩니다.
이밖에 민사절차를 통해 미지급 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데요. A씨가 재판에서 승소하고도 B씨가 돈을 주지 않으면 강제집행이 진행됩니다. A씨가 말한 것처럼 정말 '독서실을 팔아서라도'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셈이죠.
글: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