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바쳐 싸운 6·25 전쟁영웅...기록없어 공적 입증 어려워"

"목숨 바쳐 싸운 6·25 전쟁영웅...기록없어 공적 입증 어려워"

정세진 기자
2022.06.06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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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과 성태헌 사무관·허근창 주무관

2022년 6월 6·25전쟁영웅으로 뽑힌 최용덕 공군 중장 포스터를 사이에 두고 허근창 주무관(왼쪽)과 성태헌 국가보훈처 사무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성태헌 국가보훈처 사무관
2022년 6월 6·25전쟁영웅으로 뽑힌 최용덕 공군 중장 포스터를 사이에 두고 허근창 주무관(왼쪽)과 성태헌 국가보훈처 사무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성태헌 국가보훈처 사무관

"같은 부대에서 상관으로 모시며 함께 싸운 전우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며칠 전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과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6·25참전유공자라고 소개한 노인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보훈처에서 매달 배포해 보도되는 '이달의 6·25 전쟁영웅' 기사가 나가고 나면 이를 본 참전용사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참전 용사들은 "'나랑 같이 싸운 전우(또는 상관)'라며 '기억해줘서 너무 고맙고 반갑다"고 감사의 뜻을 전한다. 보훈처 성태헌 사무관은 이런 전화를 받을 때면 "대한민국을 지켜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답한다.

국가보훈처는 2011년 6월부터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인물 가운데 공훈을 세웠으나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새로운 단체 또는 인물을 검토해 매달 '이달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해 발표한다. 지금까지 149명의 영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업무는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과의 성태헌 사무관과 허근창 주무관이 담당하고 있다. 현충일을 앞두고 지난 3일 성 사무관과 허 주무관에게 6·25 전쟁영웅 선정과정에 숨은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6·25전쟁 정전 69주년…잊혀진 전쟁영웅을 후세대에 알리는 역할
지난  4월의 6·25전쟁영웅 무자페르 에르된메즈 터키 공군 중위 포스터. /사진제공=국가보훈처
지난 4월의 6·25전쟁영웅 무자페르 에르된메즈 터키 공군 중위 포스터. /사진제공=국가보훈처

보훈처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전쟁영웅을 선정한다. 매달 7월 군과 경찰, 전쟁사 연구기관, 지방 보훈청, 대국민 접수 등을 통해 전쟁영웅을 추천 받는다. 보훈처가 구성한 '6·25전쟁영웅 선정위원회'는 추천받은 인물을 심사하는데 사관학교 교수, 민간 연구원 등이 전투 공훈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감동적 이야기 등을 중심으로 군별·계급·국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다.

선정위가 뽑은 전쟁영웅은 국가보훈처 내부 자료를 기반으로 1차 검증을 한 뒤 각 군의 사관학교 교수, 전쟁박물관 학예사,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위원 등으로 구성된 검증위원들이 2차로 검증한다. 7월에 추천받은 내년도 전쟁영웅을 선정하고 검증해 발표할 때까지 통상 5개월이 걸린다.

전쟁영웅의 공적을 검증할 때 가장 어려운 건 군이 보유한 자료에 접근하는 일이다. 성 사무관은 "6·25전쟁영웅의 공적을 검증하려면 전쟁사 자료를 열람해 공적의 사실 여부를 대조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군 자료 특성상 접근이 쉽지 않다"고 했다. 허 주무관은 "군에 어떤 자료가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어 어렵다"고 했다.

예를 들어 훈장을 받은 추천인물이 어떤 전투에서 무공을 세웠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당시 부대의 작전 기록 등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군에 어떤 자료가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는 탓에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전쟁기념관, 국회도서관, 국립도서관 등이 공개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한다. 허 주무관은 "간혹 '우리 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여하셔서 공적을 세우셨다'며 제보하시는 분이 있다"면서 "공적을 입증할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매달 이달의 6·25전쟁영웅 포스터를 제작하는 과정도 검증의 연장이다. 포스터에는 복장, 무기 등이 들어간다. 전쟁 당시 사용한 군수물자가 맞는지 등을 검증하는 건 전쟁사 전문가의 몫이다. 보훈처는 철저한 검증을 통과한 1만6000부의 포스터를 지하철, 학교 등에 배포한다.

UN군 소속 6·25전쟁영웅도 조명
지난해 11월 11일 '턴투어드 부산' 행사 중 윌리엄 스피크먼 영국 육군 병장 유족과 보훈처 직원들. 왼쪽부터 스피크먼 딸, 성태헌 사무관, 스피크먼 조카, 허근창 주무관. /사진제공=성태헌 국가보훈처 사무관
지난해 11월 11일 '턴투어드 부산' 행사 중 윌리엄 스피크먼 영국 육군 병장 유족과 보훈처 직원들. 왼쪽부터 스피크먼 딸, 성태헌 사무관, 스피크먼 조카, 허근창 주무관. /사진제공=성태헌 국가보훈처 사무관

6·25 전쟁영웅에는 국군뿐 아니라 경찰과 유엔군 소속으로 참전한 외국인도 있다. 성 사무관은 그중에서도 각각 지난해 11월과 2월의 6·25 전쟁영웅인 올리버 프린스 스미스(1893-1977) 미 해병 대장과 윌리엄 스피크먼(1927~2018) 영국 육군 병장을 잊지 못한다. 스피크먼(당시 이병) 병장은 1951년 11월 경기 연천에서 6명의 전우와 함께 적진에 침투해 수십개의 수류탄을 던지고 백병전을 감행해 중국군의 남하를 막았다. 그는 '내가 싸워 지켜낸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고 2019년 전우들이 잠든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성 사무관은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날에 부산유엔기념공원 스피크먼 용사 묘역에서 딸과 조카를 직접 만났다"며 "전쟁영웅 담당자라고 소개하자 굉장히 반갑고 기쁜 얼굴로 맞아줬다"고 했다.

애틀랜타총영사관은 지난달 2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에 있는 올리버 프린스 스미스(Oliver Prince Smith) 미 해병 대장의 손녀 게일 쉬슬러(Gail Shisler)씨(오른쪽)의 집을 방문해 6·25전쟁영웅 선정패를 전달했다. /사진=애틀란타 대한민국 총영사관 페이스북
애틀랜타총영사관은 지난달 2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에 있는 올리버 프린스 스미스(Oliver Prince Smith) 미 해병 대장의 손녀 게일 쉬슬러(Gail Shisler)씨(오른쪽)의 집을 방문해 6·25전쟁영웅 선정패를 전달했다. /사진=애틀란타 대한민국 총영사관 페이스북

"한국정부가 제 할아버지의 공로를 기려줘서 정말 기쁩니다."

백발이 성성한 전쟁영웅의 손녀가 직접 6·25전쟁영웅 선정패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영웅으로 선정된 스미스 대장의 외손녀 게일 쉬슬러(Gail Shisler)씨가 그 주인공이다. 보훈처가 전쟁영웅을 선정해 발표하자 주LA 대한민국 총영사관 직원이 스미스 대장의 외손녀가 애틀란타 롤리시에 생존해 있다고 알렸왔다. 보훈처는 주애틀란타 영사관을 통해 게일 쉬슬러씨에게 6·25전쟁영웅 선정패를 전달했다.

스미스 대장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기여한 후 같은해 11월 장진호 전투에서 영하 30도의 추위 속에서 중국군 12개 사단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철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보훈처는 6·25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내년에 국내외 참전유공자와 함께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성 사무관은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국내외 참전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있음을 꼭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사업에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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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세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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