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촉법소년 상습 절도, 엄벌을"…경찰들이 이례적 탄원서

[단독]"촉법소년 상습 절도, 엄벌을"…경찰들이 이례적 탄원서

김성진 기자
2022.08.29 15:22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10대들의 절도, 폭행에 재래시장 상인들 피해가 쌓이자 경찰관들이 법원에 낼 엄벌 탄원서를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 모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법원에 낼 A군, B군 엄벌 탄원서를 모았다. A군, B군은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들이다.

A군과 B군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지난 12일 인천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됐다. 첫 공판기일은 이날 기준 잡히지 않았다.

A군, B군은 해당 경찰서 관내 한 재래시장에서 절도, 폭행 범죄를 저질렀다고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를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피해가 꾸준히 접수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육,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중한 제재는 소년원 송치다. 소년원에 보내지는 최장기간은 2년이다.

경찰관들은 피해 상인들 목소리를 법원에 전하고자 탄원서를 모았다. 상인들은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여러 차례 '고통스럽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상인들도 촉법소년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안다"면서도 "추가 비행이 없도록 법원이 '선도'해주길 바랐다"고 했다. 이어 "이런 목소리를 법원에 전하고자 경찰관들 탄원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탄원서 몇장이 모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파출소 앞 행패, 욕지거리...경찰도 참는 중
한 소년이 긴 막대를 들고 서울 강동경찰서 고덕파출소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영상이 지난 12일 공개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 소년이 긴 막대를 들고 서울 강동경찰서 고덕파출소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영상이 지난 12일 공개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경찰관들의 탄원서 제출은 흔치 않다. 탄원서를 내더라도 법 집행 중 고소당해 형사, 민사 재판을 받는 동료 경찰관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관들이 엄벌 탄원서를 내는 건 촉법소년 문제 심각성을 공감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촉법소년 범죄는 빠르게 늘고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촉법소년 접수 건수는 2017년 7897건에서 지난해 1만2502건으로 4년 새 두배 늘었다.

범죄 수위도 높아졌다. 또래를 모텔에 가두고 돈을 뺏거나 물고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촉법소년은 공권력도 비웃는다. 경찰관에게 '저 촉법소년인데요'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건 예삿일이다. 경찰 앞에서 '짭새' 'XX' 등의 욕을 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중순 한 촉법소년은 파출소 문을 발로 차고 순찰차 위에 올라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촉법소년이 보호처분만 받는 것을 보면 경찰관들도 상심이 크다고 한다. 피해자 볼 면목이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일선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당당한 모습에 마음 아플 때가 많다"며 "그들이 처벌받지 않은 모습을 본 피해자들은 앞으로 공권력을 믿을 수 있겠나"라 했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70여년 전 소년법이 제정될 때(1958년) 정해졌다. 법무부는 해당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2022년 업무계획'에 포함해 추진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전담팀(TF)를 구성해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촉법소년 연령 조정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기준을 낮춰서 처벌한 소년들이 반성할 수도 있지만, 일찌감치 '범죄자' 낙인이 찍혀 반성을 포기하는 자포자기형 범죄자를 낳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연령 하향보다 소년원 송치 기간을 늘리거나 효과적 선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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