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전화해 "아빠, 짜장면 먹고 싶어", "치킨 좀"…경찰은 다 알아차렸다

112 전화해 "아빠, 짜장면 먹고 싶어", "치킨 좀"…경찰은 다 알아차렸다

남형도 기자
2022.09.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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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고 전화 예리하게 알아챈 경찰 기지로, 위급 상황 알아차리고 출동…말하기 힘든 상황에선 숫자 버튼 '똑똑' 누르면, 현장 출동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하루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하루

지난해 4월 새벽 시간이었다. 112상황실에 전화가 왔다. 한 여성이었다. 그는 "아빠, 나 짜장면 먹고 싶어서 전화했어"라고 했다. 장난 전화로 여길 수도 있었으나, 경찰은 신고자가 위기란 걸 직감했다. 아빠가 전화를 받는척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모텔 객실 위치를 확인해 경찰이 출동했다. 거기엔 성폭력 가해자인 남성 두 명이 있었다. 경찰은 특수강간 혐의로 이들을 검거했다.

피해자가 112 신고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순간에도, 기지를 발휘해 알아차린 '예리한 경찰'들 사례에 시민들이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장난 전화를 많이 받아 그냥 지나칠 수 있음에도,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 피해를 막아서다.

"치킨 시키려고", "집 말고 역으로"…경찰, 알아차리고 위기 막아

(서울=뉴스1) =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24시간 범죄 신고를 받고 피의자 검거 과정을 지휘하는 치안 컨트롤타워다./사진=뉴스1
(서울=뉴스1) =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24시간 범죄 신고를 받고 피의자 검거 과정을 지휘하는 치안 컨트롤타워다./사진=뉴스1

경기남부경찰청 남상윤 경사는 112 상황실 근무 당시 "저, 치킨을 시키려고 하는데요"란 전화를 받았다. 남 경사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어디로 가져다 드릴까요?", "혹시 남자친구가 옆에 있나요?"라고 물었다. 신고자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한다"고 했다. 현장을 찾은 경찰관들은 신고자 남편이 술에 취해 흉기를 들고 아버지를 찌르겠단 장면을 봤다. 아내가 진정시키는척하며 신고한 거였다.

지난 22일엔 112 상황실에 전화가 와서, 신고자가 "나 집에 못 가고 역으로 가"라고 했다. 경찰은 수상하단 걸 직감했다. 신고자는 택시 기사였는데, 승객이 목적지를 계속 바꾸는 걸 이상하게 여겨 신고했다. 그 승객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돈을 받으러 가던 수거책이었고, 경찰에 붙잡혔다.

지인과 통화하는 것처럼 구조 요청을 보낸 피해자도 있었다. 지난 5월엔 112로 전화가 와 "어, 어디야?"라고 신고자가 말했다. 경찰이 "어디예요? 지금 계신데가?"라고 물으니 "나 아직 시내지"라며 지인과 통화하는 것처럼 위치를 알렸다. 여성은 "흰색 구두 신고 있어서 발 아파"라며 자신의 복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신고자는 강제 추행 피해를 당한 상태였고, 경찰이 출동해 가해자를 검거했다.

지난 20일 충남경찰청 112 상황실엔 "수육국밥 주문하려고요"란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피해자는 이별 통보 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최명예 경사는 여성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위급 상황임을 직감했다. 위치 파악 후 출동해 가해자를 붙잡고 여성을 구해냈다.

말하기 힘든 상황에선 112 신고 후, 숫자 버튼 두 번 '똑똑'

성폭력 혹은 가정폭력으로 신고해 말하기 힘든 위급 상황에선, 휴대전화 숫자 버튼을 '똑똑' 누르기만 해도 된다.

이른바 '말하지 않아도 되는 112 신고' 방식이다. 숫자 버튼을 두 번 '똑똑' 누르면, 소리를 들은 경찰이 112 신고 확인 후 피해자 카메라로 현장을 볼 수 있는 링크를 보낸다.

이를 클릭하면 경찰이 신고자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신고자는 경찰과의 비밀 채팅을 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신고자 위치를 보며 정확한 초동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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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시작하던 마음 잊지 않고 좋은 글 쓰겠습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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