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마약청정 무너진 인프라]⑤'극단적 단약' 장소는 교정시설…치료·재활 없으면 다시 '마약의 길'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예산 확대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마약 사범들의 재범률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드러났다. 초범부터 단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재활과 치료를 적극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 검거 마약류 사범 재범률 현황'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 재범률은 지난 6월 기준 50.8%에 달한다. 검거된 7701명 중 3913명이 출소 후 다시 마약에 빠졌다. 마약류 사범 가운데 재범은 2021년 50.4%를 기록했다. 재범률은 지난해 49.9% 수준으로 소폭 낮아졌으나 올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한 중독성 탓에 마약은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장은 "마약은 중추신경에 작용해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다시 찾게 되기 쉽다"며 "중독성과 의존성이 높다 보니 갈수록 증량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더라도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그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도 문제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관리법 위반 1심 판결은 5261건이 있었다. 이 중 실형 선고는 2524건으로 절반(47.97%)에도 못 미쳤다. 교정시설의 경우 강제적으로 '단약'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마약 사범에 대한 '선처'가 재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마약 사범 중 초범이 증가했다"며 "마약은 상습 사범들이 많은 것으로 여겨졌는데 초범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실형 선고보다 집행유예 등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마약 공급 사범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초범부터 구속 수사하고 마약 투약범도 상습적으로 투약하고 혐의를 부인하면 초범이라도 구속 수사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4일 오후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최대 마약 치료보호기관 인천 참사랑병원으로 내방객이 들어가고 있다. 참사랑병원은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브리핑에서 해당 병원이 패쇄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2023.09.04.](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3/09/2023092716134483916_1.jpg)
마약 사범으로 형을 살고 출소한 이들은 재활과 치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연자동에서 열린 민간 마약 중독자 재활치료병원·재활시설 합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한 마약재활센터 입소자는 "대마초, 엑스터시,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을 투약하던 약물 의존자였다"며 "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과 정신과 외래 상담 등 (할 수 있는 건) 모두 시도했지만 결국 약물에 대한 의존이 재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 재활·치료시설인 경기 다르크에서 나가면 어딘가 숨어 시체처럼 살아갈 것 (같다)"며 "수많은 약물 중독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현재 마약 중독자를 위한 치료 시설은 민간에 의존하고 있지만 재정난과 주민 민원으로 운영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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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마약 문제를 한강의 다리가 무너진 것이라 비유하고 싶다"며 "더 많은 사람이 빠지기 전에 바리게이트가 필요한데 예산 대부분이 처벌과 구속에 사용되고 치료와 재활 예산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마약 해독과 관련한 신체적, 정신적 안정화가 필요하고 그 이후에 마약류를 끊을 수 있는 기다림과 지난한 회복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많은 중독자 재활 시설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