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이가 똑같잖아" 전과 21범 잡은 13년차 형사의 '눈썰미'[베테랑]

"걸음걸이가 똑같잖아" 전과 21범 잡은 13년차 형사의 '눈썰미'[베테랑]

최지은 기자
2024.08.10 07:00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5팀 김대근 경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5팀 김대근 경위(43)./사진=본인 제공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5팀 김대근 경위(43)./사진=본인 제공

"차가 전날 주차한 장소와 다른 곳에 세워져 있어요. 블랙박스 칩도 빠져있어서 뭔가 이상해요."

지난달 7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범죄 의심 신고 하나가 접수됐다. 누군가 자신의 차량을 몰래 이용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이튿날 사건을 넘겨받은 중랑경찰서 강력5팀 김대근 경위(43)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CCTV(폐쇄회로TV)부터 살펴봤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채 지하 주차장을 맴도는 남성이 보였다. 그는 총 3층짜리 지하 주차장을 돌며 사이드미러가 펴진 차 위주로 차 문을 당겼다.

피해자의 차는 사이드미러가 펴진 채 차 문이 열려있는 상태였다. 남성은 피해자 차량에 탑승하더니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 약 3시간 뒤쯤 다시 돌아왔다. 피해자가 주차했던 자리는 이미 차 있어 다른 층에 주차한 뒤 사라졌다.

김 경위와 팀원들은 방범용 CCTV와 사설 CCTV 100여대를 확보해 남성의 동선을 추적했다. 남성은 중랑구 외에도 노원구 등 여러 지역을 넘나들었다. 지역 간 경계 구역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아 동선 추적이 쉽지 않았다.

김 경위가 검거한 동종 전과 21범의 상습 절도범이 훔친 번호판을 유성펜으로 위조한 모습. 차량 번호판 속 '도'라는 글자를 '모'로 바꿨다./사진=서울 중랑경찰서 제공
김 경위가 검거한 동종 전과 21범의 상습 절도범이 훔친 번호판을 유성펜으로 위조한 모습. 차량 번호판 속 '도'라는 글자를 '모'로 바꿨다./사진=서울 중랑경찰서 제공

수사 시작 사흘 만인 지난달 11일, 남성이 노원구에서 중랑구로 이동하는 모습이 방범용 CCTV에 포착됐다. 김 경위와 팀원들은 남성이 모습을 드러낸 지역 인근으로 출동해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

한 건물 앞에 서 있던 김 경위는 건물 안 계단을 내려오던 남성과 마주했다. CCTV 속에서 봤던 범인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걸음걸이가 똑같았다.

CCTV 100여대를 돌려보고 또 돌려본 탓에 걸음걸이만 보고도 수상함이 느껴졌다. 김 경위는 "사람마다 걸음걸이가 다르다 보니 영상을 100여개 정도 보면 그 사람의 특징이 보인다"며 "보자마자 범인이라는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불심검문을 했다. 이름을 물으니 순순히 답했다. 남성은 304호에 거주한다고 했다. 의심이 들었지만 무턱대고 검거할 수는 없었다. 우선 남성을 보내줬다.

그때 한 팀원이 김 경위에게 '해당 건물에는 304호가 없다'고 알려줬다. 김 경위는 즉시 팀원들에게 남성을 따라가라고 했다. 남성은 골목 코너를 돌자마자 슬리퍼를 신은 채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110m가량의 추격전 끝에 남성은 경찰에 체포됐다.

김 경위가 왜 도망간 거냐 묻자 남성은 "자동차를 훔쳤다"며 순순히 자백했다. 범행 당시 영상을 보여주니 자신이 범인이라고 실토했다. 남성은 지난달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강북권 일대 아파트 주차장 여러 곳을 돌며 차량 4대와 번호판 2장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남성은 동종 전과 21범의 상습 절도범으로 파악됐다. 출소 2주 만에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 경찰 추적에 들키지 않기 위해 훔친 번호판은 유성펜으로 위조했다. 훔친 차량은 대부분 연식이 있는 낡은 차였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차량은 신고가 더딜 것이라고 생각해 이를 노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찌감치 전문수사관 인증받은 13년 차 '현장 베테랑'…9년 전 구속한 범인 여죄 밝혀 재차 구속

김 경위는 2018년 추적 수사 분야에서 '전문수사관'으로 인증을 받았다. 전문수사관은 수사 경찰관의 전문적인 역량 계발을 위해 경찰청이 2005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추적 수사는 영장을 발부받아 범인 인적사항을 특정하고 검거한 것을 말한다. △해당 분야 근무 경력 △분야별 근무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다./사진=최지은 기자
김 경위는 2018년 추적 수사 분야에서 '전문수사관'으로 인증을 받았다. 전문수사관은 수사 경찰관의 전문적인 역량 계발을 위해 경찰청이 2005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추적 수사는 영장을 발부받아 범인 인적사항을 특정하고 검거한 것을 말한다. △해당 분야 근무 경력 △분야별 근무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다./사진=최지은 기자

김 경위는 13년째 형사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올해 3월에는 2015년 직접 구속했던 A씨를 재차 구속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말 편의점에서 7000원짜리 물품을 훔치다가 검거됐다. A씨는 2015년 의사라고 사칭하고 여성들에게 접근해 총 24명으로부터 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김 경위에게 구속된 전력이 있었다.

김 경위는 A씨의 여죄를 밝히기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살펴봤다. A씨는 9년 전과 같은 수법으로 다른 피해자에게 접근해 800만원을 가로챈 상태였다. 추가로 돈을 더 받아내려는 과정에서 김 경위에게 덜미를 잡혔다. 김 경위는 남다른 촉으로 2차 피해까지 방지했다.

김 경위는 2018년 추적 수사 분야에서 '전문수사관'으로 인증받았다. 전문수사관은 수사 경찰관의 전문적인 역량 계발을 위해 경찰청이 2005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추적 수사는 영장을 발부받아 범인 인적 사항을 특정하고 검거한 것을 말한다. △해당 분야 근무 경력 △분야별 근무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다.

그는 "사건이 밀려 밤을 새우는 날도 있고 쉬는 날에도 수시로 사건이 떠오른다"며 "신속한 수사와 검거로 피해자들이 기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도 열심히 하는 형사로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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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지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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