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회수할 수 없으면 비용으로 인식한다.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이유에 있어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의 차이가 있다.
기업회계기준은 매 회계기간 말에 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평가하고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에 대손충당금(부채)을 설정하고 이를 대손상각비(비용)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채무자가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서 실제로 받을 가능성이 없는 채권은 더 이상 자산으로 가치가 없기 때문에, 채권회수불능을 재무제표에 적시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대손회계처리란 채권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재무제표에 반영해 회사의 재무 상태를 알려주는 일이다.
기업회계기준은 회사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산출한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인 대손 사유에 관한 세부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법인세법은 법령에 명시된 사유들만 대손으로 인정하도록 규정해 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무분별하게 대손을 인식해 비용을 과다하게 잡아 그 결과 법인세를 줄이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법인세법은 소멸시효 완성, 회생계획인가 결정, 면책 결정, 채무자의 파산, 강제집행, 형의 집행, 사업의 폐지, 사망, 실종 등을 대손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법령에서 정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대손 회계처리를 하더라도 법인세 계산에 있어서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처럼 법령에 따라 제한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대손이 인정된 경우에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종의 특성이나 경제 상황을 세세하게 고려해서 채권의 회수가 어려운 경우를 모두 법령에 규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변제능력이 없는 것이 분명하더라도 폐업하지 않는 한 세법상으로는 대손을 인식할 수 없다.
이러한 실무와 세법의 괴리를 해결하려면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법령에 대손 사유를 더 추가하거나, 법령에는 대손 인식의 기준과 예시만을 규정하고 그러한 기준에 따라 회사가 대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법령에 모든 대손 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후자의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그 이전엔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서 대손 사유를 적극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회수불능 무역 채권, 해외건설자 회사 대여금 채권 등이 대손 사유로 추가돼 대손 사유가 조금씩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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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경우에도 무분별하게 대손을 인식하는 것을 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손을 인식한 채권을 회수하면 채권 회수 시점에 수익을 인식하고 법인세 과세소득에 반영되기 때문에, 수익과 비용을 인식하는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 결과적으로 회사가 부담하는 세액은 동일하여 세수일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대손을 인식해서 손익을 낮출 유인도 없다.
이렇듯 대손을 인정해주는 것은 세액감면과 같이 영구적으로 세금을 줄여주는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특별히 없기 때문에, 대손 사유를 확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허시원 변호사는 2013년부터 화우 조세그룹에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각종 조세 분야의 쟁송·자문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며 회계·재무 관련 실무경험을 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