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주남저수지 남아 시신 유기 사건

2012년 12월3일, 네살 배기 친아들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던 최모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한 공원에 나타났다.
그는 담담히 범행 과정을 재연하는듯 했다가 돌연 눈물을 터트리며 "정말 죄송해요"라고 사과했다.
뒤늦게 친아들을 비정하게 살해한 것을 후회라도 한 것일까. 그러나 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의 현장검증은 모두 거짓이었다.
현장검증 엿새 전인 2012년 11월27일.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에서 가방 하나가 발견됐다. 가방에는 어린 남자아이 시신이 들어 있었다.
가방을 발견한 건 평소 저수지에서 낚시를 즐기던 김 모 씨였다.

A씨는 물속에서 무언가를 발견, 가방인 것을 확인하고 낚싯대로 낚아 올리려 했다.
그러나 무거웠던 검은색 스포츠 가방은 낚싯대를 부러뜨리고 도로 가라앉았다. A씨는 포기하지 않고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집어 가방을 끌어 얕은 곳으로 옮긴 후 들어 올렸다. 가방의 무게가 무거워 함께 있던 일행이 힘을 보냈다.
가방 안에는 안색이 새하얗게 변한 남자아이 시신과 커다란 돌 2개가 들어있었다. 숨진 아이는 키가 90cm 정도에 몸무게는 13kg, 나이는 4살 전후인 작은 아이였다. 줄무늬 내복에 양말과 신발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숨진 아이는 온몸에 타박상을 입어 누가 봐도 학대의 정황이 가득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누군가가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후 유기한 것이다. 게다가 위 속에 음식물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상당 시간 굶은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아이의 신원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아이가 입고 있던 옷과 양말의 판매처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신었던 양말이 그해 9월 출시됐고, 창원과 김해 등지의 매장에서 모두 8켤레가 팔려나간 사실이 확인됐다.

찾아간 매장 직원은 누군가를 특정해냈다. '2012년 설 기획세트'였던 그 양말을 아무도 안 샀는데 한 여성이가 "싸네"라면서 사 갔다고.
경찰은 아이의 옷을 공개하면서 공개수사에 돌입했다. 그러자 이틀 후인 11월30일, 압박감을 느낀 아이의 모친이 부산 서부경찰서에 자수 의사를 밝혔고 긴급 체포됐다. 바로 친엄마인 37살(당시 나이) 최 모 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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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자신의 죄를 자백했다. 그는 금전 문제로 남편과 갈등을 겪다 4살인 아이를 데리고 지난 9월 가출한 상태였다. 이들 부부는 3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그중 둘째인 아이가 자신과 닮아 자칫 괴롭힘을 당할까 봐 데려왔다고 진술했다.
그의 발언을 토대로 12월3일, 공원에서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그는 아들이 '창원의 한 공원 화장실에서 폭행해 사망했고, 인근에서 가방을 구매해 저수지에 유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씨는 범행 동기로는 사건 당일 아이가 '아빠가 보고 싶다'면서 울고 보채자 화가 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씨 체포 후 그의 말대로 해당 공원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최씨가 아들을 폭행했다고 밝힌 화장실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많이 오가는 장소였고 범행 시간도 오후 4시였는데, 목격자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이상했다. 시신을 유기한 가방도 '인근에서 구매했다'고 했는데, 집에서 가지고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13kg가량 되는 시신이 든 가방을 최씨 혼자 들고 버스로 이동했다는 점도 의문을 샀다. 결국 공범이 나왔다.
최씨의 지인이 자신의 승용차로 최씨를 태워줬다고 진술한 것이다. 지인은 최씨가 "드라이브 가자"면서 한 공원으로 불러내 저수지로 이동 "잠깐 쓰레기를 버리고 오겠다"면서 가방을 들고 내렸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이가 가방에 들어있던 것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지인의 말까지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검찰 수사 결과 피해 아동이 숨진 장소는 공원 화장실이 아닌, 최씨가 "언니"라고 부르며 얹혀살던 친구 정 모(39) 씨 집이었다. 정씨의 남편인 서 모(39) 씨도 함께 아이를 폭행했다.
후에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아이를 데리고 가출한 최씨를 친구 정씨가 받아줬다. 당시 4살이던 아이가 자주 울고 떼를 쓰자, 최씨는 아이를 자주 폭행했다. 정씨와 서씨도 상습적으로 아이를 폭행했다.
아이가 사망한 날은 이들 3명이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날이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울면서 달라붙자 최씨는 아이를 손으로 밀쳤고, 크게 우는 아이에게 화가 난 최씨는 아이를 무차별 폭행했다. 이에 친구 남편인 서씨도 "울음소리가 듣기 싫다"면서 아이를 때렸다. 결국 아이가 숨졌다. 자수하려는 서씨를 말린 것은 엄마인 최씨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나이 어린 피해자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자신의 집에서 살 때보다 더 보채거나 대소변을 못 가리는 증상이 심해질 수 있음에도 이를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학대하는 이유로 삼았다는 점에서 어머니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꾸짖었다.
다만 재판부는 친모인 최씨가 정씨, 서씨로부터 버림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현된 긴장감과 반대급부적인 불만이 피해자에 대한 신체적 학대 행위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폭행에 가담하고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 서씨는 폭행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 징역 5년을, 폭행에 가담하지 않은 정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