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대전 초교 앞 '추모 행렬'[르포]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대전 초교 앞 '추모 행렬'[르포]

대전=민수정 기자
2025.02.11 14:16
11일 오전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초등학교 앞에 놓인 꽃다발과 선물들의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11일 오전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초등학교 앞에 놓인 꽃다발과 선물들의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 미안해."

11일 오전 대전 서구 참담한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앞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바닥에 있는 눈이 다 녹지 않은 추운 날씨였지만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초등학생부터 인근 주민까지 시민들은 준비한 꽃다발과 선물 등을 놓고 애도를 표했다. 숨진 아이의 나이를 반영하듯 과자와 인형 등이 눈에 띄였다.

초등학교는 오는 14일 졸업식과 종업식을 앞두고 있었다. 봄방학을 앞둔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들려야 할 학교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전날 오후 5시50분쯤 해당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서 A양(8)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발견 약 1시간 전 A양 부모가 아이와 연락이 되지 않자 실종 신고했고, A양 할머니는 먼저 학교에 도착해 사건 현장을 찾았다. A양은 CPR(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40대 여교사 B씨는 교과전담교사로, 현장에서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B씨 진술을 토대로 그를 가해자로 지목, 범행 후 자해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 B씨의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의 교집합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11일 오전 초등학생 3명이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피해자 A양을 위해 추모하고 있는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11일 오전 초등학생 3명이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피해자 A양을 위해 추모하고 있는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중학교·초등학교 자녀와 함께 꽃을 들고 찾아온 학부모 최모씨(40대)는 "참담하다.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아이들한테 앞으로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라고 말해주고 있는데 막상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서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관저동에 거주하는 천성환씨(50)는 초등학교 5학년·3학년 아이들과 학교를 방문했다. 천씨는 "어제 소식을 듣고 밤에도 잠깐 들렸는데 오늘은 아이들하고 같이 지나가는 길에 추모하는 마음으로 한 번 더 왔다"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분노도 치밀어 오르고 같은 부모로서 애통하다"고 했다.

이어 "이름이 OO이라고 하던데, 하늘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A양 부모님 마음이 참 걱정되는데 유가족에게도 위로를 표한다"고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조의를 표하러 찾아왔다. 올해로 4학년이 됐다는 두 남학생은 "(부모님이) 혼자 다니지 말고 친구들과 모여서 다니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중 한 학생은 "A양과 동생이 아는 사이라 엄마가 이따가 장례식장에 간다고 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근처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이용씨(30대)는 "학교 바로 뒤에 살아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많이 본다. (이 사건으로) 아이들 웃는 소리가 줄어들까 걱정되고 일선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도 힘드실 것 같다. 마음 놓고 (학교에) 못 보내는 부모님 입장도 이해 가고 그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가 우울증을 겪고 과거 극단적 선택을 여러 차례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해 분노한 시민도 있었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초부터 우울증을 이유로 휴직계를 냈다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정신과 의사 소견으로 같은 달 30일 복직했다.

대전 서구 도안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이었다면 분명 어떠한 징조를 보였을 텐데 도대체 학교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B씨를 유심히 살피지 않은 건지 (궁금하다)"라며 "무고한 학생이 이런 일을 겪은 것에 대해 상당히 분통 터진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이날 A양에 대한 부검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에는 대전서부경찰서에서 관련 브리핑이 진행된다.

11일 오전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2층 창문에는 '시청각실'이라고 적힌 팻말이 설치 돼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11일 오전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2층 창문에는 '시청각실'이라고 적힌 팻말이 설치 돼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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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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