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승복의 시간

[기자수첩]승복의 시간

서진욱 기자
2025.04.04 05:04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선고를 내린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접수된 지 111일 만이다. 3월 초부터 선고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 것과 달리 한 달 가까이 지연됐다. 헌재는 역대 대통령 탄핵 사건 중 최장 기간 심리를 진행하며 심사숙고했다. 헌재의 결정은 주문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파면되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지위를 잃고, 기각 또는 각하일 경우 직무에 복귀한다.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 선고를 앞두고 불복 여론을 조장하는 말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떠돈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적 불복 및 저항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선동성 발언을 내놨다. 다른 의원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국회로 초청해 국민저항권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국민저항권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피의자들이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다. 서울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탄핵 찬반 집회에서는 자기 진영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국민저항권을 발동하자는 주장이 끊이질 않는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지 4개월, 대한민국은 극심한 갈등과 혼란에 휩싸였다. 탄핵 찬반으로 분열된 여론은 사실상 정치적 내전을 방불케했다. 정치권은 탄핵 선고 승복조차 정쟁의 대상으로 삼았다. 여야 지도부는 선거 직전까지 의례적인 승복 메시지조차 함께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헌재를 겁박하는 목소리에 동조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대한민국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하는 등 곳곳에서 경기침체 징후가 포착된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의 한복판에 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헌재 선고는 분열과 혼란 수습, 경제위기 극복에 전념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찬반 진영 모두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치권부터 불복을 조장하는 세력과 완전히 결별하고, 명확하게 승복 입장을 밝혀야 한다. 더는 정치적 계산에 매몰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행태를 벌여선 안 된다. 헌재 선고가 찬반 진영의 승패가 아니라 갈등의 마침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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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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