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상아탑서 줄줄 새는 기술④

전문가들은 대학과 연구소에서 발생하는 기술 유출이 연구성과가 자신의 소유라는 연구자의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반복해서 일어나는 기술 유출 시도를 막기 위해 인식 제고와 법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30일 머니투데이에 "연구자들이 '내가 했으니 내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 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 대부분 '내가 한 연구니까 공개해도 된다', '요약해서 공개하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장 교수는 "국가 지원을 받은 연구는 연구자 개인이 아닌 국가의 자산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내 교수와 제자의 종속 관계도 기술 유출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술 유출 시도가 있더라도 그동안 쌓아온 관계 등을 이유로 서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꺼린다. 기술 유출은 피해자 신고가 없으면 기술 유출 유무는 물론 피해 규모를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

법적 보호장치도 없다. 정부는 연구과제를 '보안과제'와 '일반과제'로 분류해 R&D(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한다. 이중 '보안과제'로 규정된 '국가안보 등을 위해 보안이 필요한 과제'만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그 외 '일반과제'는 국가의 중요 기술로 발돋움할 잠재력이 있더라도 특별한 보호 조치가 없다.
정부는 전체 R&D 예산 중 90% 이상을 일반과제에 지원하고 있다. 매년 30조원에 가까운 국가 예산이 투입된 연구들엔 명확한 보안규정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기업 투자로 진행된 대학연구는 높은 보안 등급을 계약서에 명시해 유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기술 유출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보안과제와 일반과제의 중간 보안등급(민감과제) 신설 △연구현장에 연구보안 전담 집행조직 마련 △연구보안 부정행위의 범위를 보안과제·민감과제의 성과 누설 및 유출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계에서는 민감과제 신설을 통해 보안과제에 해당하지 않는 주요 과제에도 보안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아울러 부정행위 범위를 넓혀 보안과제·민감과제의 성과 누설 및 유출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기술 유출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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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으로, 언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최대한 빨리 연구자들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대학별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일정 기간마다 보고하는 식이다.
이재훈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기관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해외의 누구와 연구하고 있는지를 분기나 반기별로 정해서 보고하는 식으로 정부가 지침을 내리면 연구자 본인도 보안 관리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