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246,000원 ▲6,000 +2.5%)와 SK하이닉스(1,668,000원 ▲91,000 +5.77%)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법적 다툼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되면서다. 실패한 정책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반대를 묵살하거나 출시 결론과 시점을 강제했다면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이 지난 3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김 실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접수받았다. 대검은 조만간 사건을 경찰에 이송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단체도 최근 서울경찰청에 김 실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두 고발장은 핵심 사실관계가 겹쳐 병합될 공산이 크다.
고발인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출시 의사결정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특정 주식의 하루 변동성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주가 방향을 잘못 예측하면 손실도 크게 불어나고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복리 효과로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최근 증시가 폭락하며 개인 투자자가 해당 상품에서만 총 10조원대 손실을 봤다는 추산도 나온다.
고발인들은 금융위원회가 상품의 위험성을 제기했는데도 김 실장이 상품 도입과 조기 출시를 압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며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 실장이 일반적 상식을 넘어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사건의 핵심 쟁점이라고 보고 있다. 한 법조인은 "정책실장이 금융당국에 특정 사안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며 "그러나 상품을 출시한다는 결론과 날짜를 미리 정해 전달하고 금융당국 관계자들에게 위험 검토나 심사 절차를 생략하게 한 것이 입증된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과거 판례를 보면 단순한 보고·검토 요구와 법정 기준을 위반하도록 한 지시를 명확히 구분했다"며 "이번 사건 역시 상품 도입이 옳았는지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독립적인 판단과 절차가 실제로 침해됐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부처 정책에 개입해 직권남용죄로 처벌된 사례가 있다. 대법원은 2009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특별교부세 지원 대상이 아닌 특정 사찰에 자금이 지급되도록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교부 신청과 결정을 하게 한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인정했다. 단순히 정책 협조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정한 지원 기준을 어기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점이 유죄 판단의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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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사를 진행하고 쟁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과 금융당국 내부 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실과 금융위 사이의 보고·연락 기록 등을 확보해 ETF 출시 관련 검토가 이뤄진 과정을 살펴봐야 형사책임 여부를 가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