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비자금은 보호가치 없다"…최태원·노소영 1조원대 재산분할액 크게 줄듯

"불법 비자금은 보호가치 없다"…최태원·노소영 1조원대 재산분할액 크게 줄듯

정진솔 기자,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5.10.16 15:44
최태원 SK회장과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뉴스1
최태원 SK회장과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액 약 1조40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한 배경에는 불법적인 자금은 보호가치가 없다는 민법상 원칙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에 쓰였다는 것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하더라도 불법적으로 마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적으로 보호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 부친 최종현 SK선대회장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 뇌물의 일부로 거액의 돈을 사돈 등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이에 관한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및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윤리성 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강조했다.

노 관장은 2심에서 처음으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됐고 해당 자금이 어떤 식으로든 SK그룹 성장에 기여를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근거로 노 관장 어머니 김옥숙씨의 '선경 300억'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증거로 제시했다. 2심은 해당 증거의 신빙성을 인정해 1조3808억1700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재산 분할액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실제로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이, 비자금의 불법성이 인정된다며 2심을 파기했다. 법적으로 보호할 수 없는 자금의 지원은 재산을 분할할 때 '기여'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의미로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민법 제746조의 취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대리인 이재근 변호사도 이날 선고 직후 "항소심 판결의 배경 내지 큰 이유로 작용했던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을 통해서 성장했다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대법원이 명확하게 그것을 부부 공동재산의 기여로 인정하는 건 잘못이라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 기준도 새로 제시했다. 2심에서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으로 산정한 최 회장의 재산은 3조9883억원이었는데 대법원은 이 중 최 회장이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 자체가 크게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대법원은 최 회장이 △2014년 SK C&C 주식 9만1895주를 한국고등교육재단 등에 △2018년 SK㈜ 주식 20만주를 최종현학술원에 △같은 해 SK㈜ 주식 329만 주를 친인척 18명에게 증여한 것 등이 모두 2심이 인정한 혼인관계 파탄일인 2019년 12월 초 전에 이뤄졌고 해당 증여가 경영권 승계·안정 및 기업 활동과 결부된 행위로 볼 여지가 커 부부 공동 생활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파탄이 된 후 한 명이 부부 공동 생활과 무관하게 재산을 처분했다면 2심 변론 종결일에 이를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고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지만 부부 공동 생활과 관련해 처분했다면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최초로 판단했다. 이혼을 앞두고 재산 분할액을 줄일 목적으로 고의로 빼돌린 경우에는 분할을 해야 하지만 부부 공동 재산 형성, 유지 및 관리와 관계된 처분이라면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재산분할액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취지에 반하는 판결을 내릴 수 없다. 또 어떤 방식으로 재산 분할액을 계산하든 파기된 2심의 액수를 넘길 수 없다.

한편 대법원은 최 회장에게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단한 위자료 20억원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고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20억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것은 혼인 파탄 행위를 한 최 회장에게 최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김희영씨와 10년 이상 부정행위를 지속하고 혼외자를 출산한 점, 노 관장이 유방암 수술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최 회장이 가족을 떠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통상 이혼 위자료 액수는 3000만∼5000만원 사이에서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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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솔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정진솔 기자입니다.

송민경 (변호사)기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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