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캄보디아]①범죄단지화 부른 장기독재·부패·중국종속

캄보디아가 각종 사기 범죄의 근거지가 된 배경엔 권위주의적 통치와 부정부패, 허술한 국경 관리 등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30년 넘는 독재와 만연한 부정부패로 권력층과 피싱 범죄조직 간 유착이 이어져 형식적 단속에 그치는 실정이다. 국경 지역은 보안이 허술해 '범죄 단지'가 형성됐고, 단속 시 인접 국가인 베트남이나 태국으로 도주하기 용이하다.
16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재외국민 사건·사고 현황'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및 실종 신고 건수는 2021년 9건에 불과했다. 이후 △2022년 32건 △2023년 60건 △2024년 282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272건이 접수됐다. 올해 신고 건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게 유력하다.
과거 한국인 대상 범죄가 잦았던 다른 동남아 국가들을 압도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필리핀 신고 건수는 △2021년 44건 △2022년 21건 △2023년 54건 △2024년 91건 △2025년 상반기 84건으로 집계됐다. 필리핀은 한국인 대상 범죄가 빈번해 현지에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캄보디아가 범죄 근거지로 전락한 이유를 정치·구조적 배경에서 찾는다. 인접한 동남아 국가들도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는 아니지만, 캄보디아는 훈 센 전 총리의 장기 집권으로 유독 권위주의 체제가 공고하다고 분석했다.
박진영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연구원은 "캄보디아는 30년 넘게 훈 센이 통치하다 아들 훈 마네트로 권력을 세습하면서 권위주의 체제가 고착된 상태"라며 "정치적 견제가 사라진 사이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중국 범죄조직이 정·재계 고위 인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며 비호세력이 됐다"라고 말했다.
또 "구조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단속을 강화하자 범죄조직들이 인근 동남아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캄보디아를 근거지로 삼은 것"이라며 "특히 캄보디아엔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돼서 이동이 더 쉬웠을 것"이라고 했다.
김봉철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도 "캄보디아 경찰이 조직과 결탁해 사건을 무마하거나 눈감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이런 구조적 한계가 수사 공조를 어렵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태국이나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캄보디아보다 경제·사회 수준이 높고 경찰력도 체계적이라 우리 경찰과 공조가 꾸준히 이뤄졌다"며 "하지만 캄보디아는 이런 협력 경험이 거의 없어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범죄 단지는 주로 캄보디아 국경 지역에 형성됐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와 태국, 베트남 국경에 사이버 사기·감금 시설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전날 정부가 '여행 금지' 조치를 취한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 모두 국경이나 해안에 인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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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현지 여행사 대표 A씨는 "범죄 단지로 꼽히는 지역은 현지 공항에서 픽업해 데려가는 폐쇄적인 구역이라 일반 여행객이 접근할 일은 거의 없다"라며 "캄보디아 현지인들조차 위험 지역으로 인식해 찾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 간 분쟁 이후 육로 이동이 줄면서 국경 단속이 느슨해졌고 단속이 이뤄져도 곧바로 국경을 넘어 도주하기 쉬운 구조여서 포이펫 등에 범죄 단지가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