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한 내 모습 봐" 여친에 차인 30대, 군인 살해 후 총기 탈취 도주극[뉴스속오늘]

"파멸한 내 모습 봐" 여친에 차인 30대, 군인 살해 후 총기 탈취 도주극[뉴스속오늘]

이은 기자
2025.12.06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7년 12월 17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황산도 어판장 앞 해안도로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탈취한 총기와 탄약 옮기는 조영국의 모습. /사진=뉴시스
2007년 12월 17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황산도 어판장 앞 해안도로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탈취한 총기와 탄약 옮기는 조영국의 모습. /사진=뉴시스

2007년 12월 6일. 강화도에서 경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해병대 대원 2명이 차량과 흉기로 공격당한 뒤 총기를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쯤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한 대가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황산도 초소에서 경계 근무 후 부대로 돌아오던 해병대원 2명을 덮쳤다.

입대 7개월 차였던 박 일병은 도로 옆 갯벌로 떨어졌고, 전역을 2개월 앞둔 이 모 병장은 도로에 쓰러졌다. 대원들을 친 차량 앞면에는 충돌 시 9배 더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캥거루 범퍼'라는 구조물이 달려있었다.

이 차량은 차에 치인 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두 사람을 향해 되돌아왔다. 차량 운전자는 차량을 세운 뒤 내려 쓰러진 이 병장에게 다가왔다.

이 병장이 곧바로 총을 겨누자 운전자는 "미안하다, 어디 다친 데는 없나. 단순 교통사고다"라며 안심시키고는 돌변해 흉기를 휘둘렀다.

두 해병대원을 노린 건 조영국(당시 35세)이었다. 조씨는 주머니에서 길이 약 25㎝의 흉기를 꺼내 이 병장을 향해 휘두르며 이 병장이 가진 K2 소총을 빼앗으려 했다.

이 병장은 개머리판으로 조씨의 머리를 내리치는 등 완강히 저항했지만, 그는 이 병장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결국 총기를 빼앗았다.

이어 조씨는 인근에 쓰러져 있던 박 일병에게 접근했다. 박 일병은 소총 끈을 손목과 팔에 감고 탄통을 가슴에 품은 채 격렬히 저항했지만, 조씨가 새롭게 꺼내든 흉기에 등, 허벅지, 옆구리 등 일곱 군데를 찔려 큰 부상을 입었다. 결국 무기를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무기를 지키기 위해 조씨와 혈투를 벌인 박 일병은 끝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최전방서 무장 군인 노린 민간인…'최고 경계 태세'에도 유유히 탈주

조씨가 챙긴 건 유효사거리 600m, 최대 사거리 3300m인 K2 소총과 실탄 75발, 유탄 6발, 살상반경이 15m인 수류탄 등이었다.

최전방 지역에서 무장한 군인을 대상으로 한 범행에 군과 경찰은 비상이 걸렸다. 사고 50여 분 만인 오후 6시 30분쯤 인천 강화·경기 김포·일산 일대에 최고 경계 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

강화도 진입과 출입을 모두 막고 강도 높은 검문 검색을 벌였지만, 조씨는 이미 강화도를 떠나 자취를 감춘 뒤였다.

조씨가 탔던 차량은 그날 밤 10시 40분 범행 5시간여 만에 강화도에서 90㎞ 떨어진 경기도 화성에서 전소된 채 발견됐다.

차량에는 조씨가 탈취한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전면의 캥거루 범퍼도 사라진 상태였다.

/사진=E채널 '용감한 형사들2' 방송 화면
/사진=E채널 '용감한 형사들2' 방송 화면

이 차량은 2개월 전 중고차 매장에서 도난당한 차량이었고, 번호판이 '9148'에서 '9118'로 변조된 상태였다.

조씨는 우비를 쓰고 햇빛 가리개를 내리고, 운전석 앞에 갑 티슈까지 놓아 톨게이트 요금소 직원과 CC(폐쇄회로)TV에 얼굴이 포착되지 않도록 했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화면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화면

군경합동수사본부는 목격자와 생존 병사의 증언 등을 토대로 몽타주를 작성하고 전국에 공개수배했지만, 조씨는 도피를 시작했다.

횡설수설 편지에 들통난 신원…후방 공격해놓고 정당방위 주장 '뻔뻔'

사건 발생 5일 만인 12월 11일 사건은 전환을 맞았다. 부산 연제구 우체통에서 '경찰서로 보내주세요' '총기탈취범입니다'라고 적힌 편지가 발견되면서다.

편지는 어린아이가 쓴 것처럼 맞춤법도 틀리고 내용도 횡설수설했지만, 조씨가 보낸 것으로 추정됐다.

편지 속 "전남 장성 백양사휴게소 인근에 총기를 묻었다"는 내용에 따라 수색한 결과 전남 장성군 백양사휴게소 200m 인근 수로에서 조씨가 갈취했던 무기가 발견됐다.

조씨는 차에 치여 의식이 없는 박 일병을 뒤에서 공격해놓고, 편지에서는 '내게 총구를 겨눠 본능적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정당방위인 양 자기합리화를 시도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편지에서 조씨의 지문이 발견돼 경찰은 그의 신원을 특정했고, 다음 날인 12일 서울에 숨어 있던 조씨를 사건 발생 6일 만에 검거했다.

범인은 주저 없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들어 특수부대나 해병대 전역자일 거라는 추측이 나왔으나, 조씨는 육군 포병으로 제대했으며 별다른 전과도 없는 인물이었다. 금속공예를 전공해 대학원까지 나온 고학력자로, 귀금속 세공업과 인테리어업 종사자였다.

조씨의 범행 동기는 10년 교제 끝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심리적 고통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애인과 지난 9월 헤어진 뒤 다시 만나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하자 내가 파멸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심리적인 고통을 주고 싶었다"라고 진술했다.

조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범행은 계획된 것이었다. 범행 2주 전부터 강화도 해병초소 주변을 돌며 병사들의 근무 현황을 파악고, 범행 당일에는 오후 5시부터 범행 현장에 차량을 세워놓고 40분간 기다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흉기는 범행 3개월 전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범행 중 개머리판에 맞아 앞머리가 5㎝ 정도 찢어진 조씨는 신원 노출을 막기 위해 서울 용산구 자신의 집에서 마취도 하지 않은 채 거울을 보며 일반실과 바늘로 상처를 6바늘 꿰맨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현장검증에서 조씨는 태연하고 뻔뻔하게 흉기로 군인을 찌르는 모습을 재연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민간인이 군인 해치고 무기 탈취해 '군 재판'…사형 선고→징역 15년
2007년 12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 인근에서 검거된 강화 해병대 총기 탈취사건 용의자 조모씨가 서울 용산경찰서로 이송되는 모습./사진=뉴시스
2007년 12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 인근에서 검거된 강화 해병대 총기 탈취사건 용의자 조모씨가 서울 용산경찰서로 이송되는 모습./사진=뉴시스

조씨는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군 무기를 탈취하고 군인을 해쳤기 때문에 초병살해, 군용물강도살인, 초병상해, 군용물강도상해 등의 군법을 적용해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1심인 해병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2018년 4월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고 총기 탈취 목적 달성을 위해 흉기를 휘두르고 급기야 초병을 살해했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조씨는 항소했고,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조씨가 병사들과 충돌 시 브레이크를 밟았고 처음부터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초병살해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근무 장소가 민간 횟집과 숙박업소가 산재하고, 민간인의 통행이 자유로운 곳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들이 초병인지 인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초병 살인죄가 아닌 일반살인죄를 적용했다.

이후 조씨와 군검찰 쌍방이 상고했으나 기각됐고 대법원은 같은 해 12월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조씨는 2022년 12월 11일 만기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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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 기자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연예 분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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