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기-조진웅, 그들을 막은 '분노의 실체'

조형기-조진웅, 그들을 막은 '분노의 실체'

김고금평 에디터
2025.12.09 18:49

[김고금평의 열화일기]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상식'과 '도'를 넘어설 때…시간과 용서는 '더 엄격해'

배우 조진웅. /사진제공=콘텐츠웨이브
배우 조진웅. /사진제공=콘텐츠웨이브

지난 1991년 탤런트 조형기는 음주운전으로 기소돼 최종심에서 징역 2년을 받았다. 조씨의 음주운전은 30대 여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데다, 시신까지 유기한 혐의가 더해져 오늘의 형량 관점에서 보면 '중형'이 선고될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3심까지 이르는 '논쟁적' 재판을 통해 결국 이 같은 형이 확정됐다. 이 형기마저도 문민정부의 가석방 조치로 수감 7개월만에 석방됐다.

'음주운전'에 다소 관대했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까닭인지, 조씨는 25년간 종횡무진 활동하다 이 사건이 다시 낱낱이 재조명되던 2017년 '무난한 방송 활동'을 모두 접어야 했다.

배우 조진웅이 2025년 12월 연예계 활동을 접겠다는 공식 발표를 한 배경에는 10대 시절 저지른 범죄 기록이 영향을 미쳤다. 30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은 조씨를 비롯한 고교생 3명이 특수절도 및 강도강간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훔친 승용차로 귀가하던 10대 소녀들을 유인,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행위도 모자라, (당시 관련 기사에 따르면) 죄의식조차 없는 표정으로 사건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태도까지 도마에 올랐다.

구체적인 당시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해당 배우는 "잘못한 행동"이라며 "지난 과오로 피해와 상처받은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다만 성폭행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배우 조진웅(왼쪽)과 탤런트 조형기
배우 조진웅(왼쪽)과 탤런트 조형기

우리는 모두 실수할 수 있다. 그 실수가 작든 크든, 또는 사과할 타이밍을 찾든 못 찾든 어느 정도 오해와 불신도 낳을 수 있다. 그렇게 어떤 때가 되면, 진심으로 뉘우쳐 과거를 떨쳐내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위 두 사례가 아주 오래된 과거의 일인데도 '도돌이표 비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그 실수가 크기나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고 시신을 유기하는(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심신 미약) 사례나 10대들의 대담을 넘은 안하무인의 행태는 상식의 한계를 한참 벗어나 있다.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기억'과 '경험'의 영역으로 묶어두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세상살이에 음주운전도 비일비재하고, 성희롱도 잦지만 이처럼 상식과 도를 넘는 행위를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통 사람들은 얼떨떨할 뿐이다. 사건 자체도 '충격'인데, 두 사람 모두 결과적으로 7개월, 6개월 정도 교정기관에서 보낸 시간을 고려하면 더욱 '비상식적'이라는 판단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최근 조진웅 사건에서 상식의 관점을 투영하면 비상식처럼 보이는 관점들이 한둘이 아니다. 조진웅은 소속사를 통한 해명에서 "30년도 더 지난 시점에 경위를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렵고, 관련 법적 절차 또한 이미 종결된 상태라 한계가 있다"고 했는데, '강간' 부분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정확한 경위'를 통해 또렷이 부정할 수 있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선택적 기억이라는 뜻인가.

'특수절도 및 강도강간'으로 적시된 혐의 부분에서 '강간'이 아니라고 적극 부인하려면 그 부분에 대한 당시 재판에서 '끝까지 부정해 온 기록'이 있거나 공동정범에 대한 억울한 낙인을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을 본인의 주장이 아닌 동료의 증언으로 대신 증명해야 한다.

배우 조진웅. /사진=머니투데이 DB
배우 조진웅. /사진=머니투데이 DB

조진웅을 잇따라 옹호하는 유명 인사들의 발언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류근 시인은 "소년원 근처에 안 다녀본 청춘이 어디 있느냐"고 했는데, 소년원 근처도 못 가본 일반 국민은 '그의 상식적(?) 발언'에 고개를 숙여야 할 판이다.

"그의 현재는 잊힌 과거의 기억과는 함께 할 수 없는 정도인가"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같은 발언도 '행위의 상식선'이 아닌 '시점의 경과'만을 강조함으로써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중심의 사고에 묶여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진웅은 고교 시절 소년범을 겪은 이후 무명 배우 시절에도 폭행과 음주운전 전력으로 홍역을 치렀다. 그가 오랫동안 아까운 재능으로 좋은 연기를 선보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에게 느끼는 분노의 실체가 왜 '상식'에서 출발하는지, 그리고 그 상식에 대응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된 한 작가의 발언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당시 신문기사)~강간/윤간한 이후 빼앗을 돈이 없자, 피해자 하나를 인질로 잡아두고 다른 하나를 끌고 성남에서 사당까지 가서 60만원을 빼앗기도 했다~/인질로 잡힌 고통과 두려움, 자기 집까지 끌려가 돈을 찾아 바친 고통과 수치심, 두려움은 상상할 수조차 없음. 그런 범죄 후에 지금 피해자 2인은 어떻게 30년을 견뎠을지는 차치하고 지금 살아있을지, 나머지 가해자 2인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런 끔찍한 범죄에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이입하는 사람들의 비인간성이 소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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