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소원이 시행되면서 헌법재판소에 관련 사건이 밀려들고 있다.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재판소원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단계적인 인력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3일 헌재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첫날인 전날 하루 동안 총 20건에 달하는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됐다. 시리아 국적 외국인의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취소 사건'이 첫 사건이다. 납북귀환 어부 유족 측의 '형사보상 지연 국가배상 청구 기각 취소 사건'이 6분 뒤 두 번째 사건으로 접수됐다.
헌재는 연간 1만건에서 최대 1만5000건의 재판 소원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현재 사건 수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미 하던 일을 제외하고도 4배의 일을 추가로 소화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재판소원 제도 도입 전에도 헌재의 사건 처리 지연은 이미 심각했다. 지난해 헌재에 접수된 전체 사건 3111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약 168.4일(약 6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되지 않고 본안 심리에 들어간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753.2일(약 2년1개월)에 달했다.
1심부터 3심까지 재판이 이어지고 헌재에서 재판소원까지 받게 되면 한 사건이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과도한 소송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판 지연 전략으로 재판소원을 악용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한 인력 확충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사건 심리를 보좌하는 헌법연구관 인력은 현재 89명이다. 이 중 법원조직법상 판사 임용 자격을 갖춘 인력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64명에 불과하다. 1만건이 넘는 사건이 추가로 밀려들 경우 업무가 과중해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판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적 사건뿐 아니라 가사 사건, 행정 사건 등 다양한 사건들이 헌재에 쏠리고, 그만큼 다양한 법적 쟁점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인력이 충분히 헌재에 배치돼야 사건 적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에 대법원 재판을 취소시킬 권한을 준 건데,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며 "이제 재판소원이 몇천건씩 쏟아질 텐데 결국 헌재는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법적 분쟁은 오래 갈수록 양측에게 피해만 준다"며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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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연구관 외에도 행정 인력 증원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왔다. 헌법연구관 출신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 수가 늘어나면 전산 등에서 업무 부하가 생길 수 있다"며 "접수부터 송달, 그리고 결정이 된 후에도 뒤에 할 일이 많은데 이를 감당하는 행정 직원이 늘어나면 좋을 것"이라 제언했다. 또 "법원과 헌재 사이 기록이 왔다 갔다 해야 하므로 양 측 기관의 소통과 협력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시간이 흘러 법리가 쌓이면 제도가 안정화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1년에 1만5000건의 사건이 몰리려면 매일 30건씩의 사건이 접수돼야 한다"며 "제도가 시행된 지 초반에 아직 20건만 사건이 접수된 거면 아주 극히 적은 수"라고 했다. 이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문제를 말하긴 어렵다"며 "남소를 얼마나 사전심사부가 신속히 걸러낼지가 향후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