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5만건 육박… 전년比 25% 늘어
위치추적 포함 3-2호, 법원 승인 37% 뿐
남양주 살인사건 계기 실효성 논란 재점화
'남양주 살인사건'을 계기로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잠정조치를 실시하고도 피해자 보호장치가 적절하게 발동되지 못하면서 현실적인 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를 신청한 건수는 총 1만4727건이다. 전년(1만1775건) 대비 25% 늘었다. 지난해 경찰이 관계성 범죄(가정폭력·스토킹 등)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신청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대책을 통해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구속 신청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잠정조치 신청이 늘어나는 와중에도 '남양주 살인사건'과 같은 관계성 범죄가 반복되면서 제도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피의자 A씨는 지난해 스토킹 혐의로 피소된 후 잠정조치 1~3호 처분을 받았다. 2호는 물리적 접근금지, 3호는 전기통신 접근금지를 포함한다. 하지만 경찰이 피의자 위치추적 조치가 포함된 '잠정조치 3-2호'는 신청하지 않으면서 결국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자장치 부착은 대상자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법원 승인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잠정조치 3-2호'의 법원 승인율은 약 37%다. 이번 남양주 사건은 A씨가 과거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고 폭행 등의 전력이 있었는데도 피해자 보호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보호조치가 논란이 되자 경찰은 잠정조치 4호(유치)까지 고려했고 구속영장 신청을 고려하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4호 조치는 유치기한이 최대 1개월로 짧아 재판이 지연될 경우 범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입증 보강이 필요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의뢰를 보냈고 피의자 조사도 필요해 출석요구를 하는 등 일련의 과정이 이어지고 있었다"면서 "수사과정이 지체된 부분은 아쉽게 생각하며 수사감찰을 통해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잠정조치 이후 경찰의 후속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치와 전자발찌는 강력한 자유제한 수단이기 때문에 법원 인용률이 낮다"며 "제도 취지와 목적에 따라 자유제한 정도를 다르게 하는 등 법원이 승인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사법체계 개편만으로는 관계성 범죄를 막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김혜미 입법조사관은 "근본적으로 보호조치는 범죄 위험성이 비교적 약한 피의자에게 효과가 있는 제도"라며 "이름을 바꾸거나 이주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국가가 피해자에 대한 수준 높은 신변보호를 제공하는 것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