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수사에 외압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전 부천지청장)가 자신을 기소한 상설특별검사팀 지휘부를 고소했다. 엄 검사는 특검팀이 의혹 제기자인 문지석 당시 부장검사에게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처분 방향을 알려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엄 검사 측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안권섭 상설특검과 김기욱·권도형 특검보, 수사팀장이었던 김호경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했다.
엄 검사 측은 안 특검이 지난해 12월11일 참고인 조사를 받은 문 검사에게 "엄희준·김동희 엄중 처벌 예정" "신가현 입건 검토"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식 출범 닷새 만에 특검팀이 사실상 수사 결론을 정해놓고 사건 제보자 격인 문 검사에게 핵심 수사 상황을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엄 검사 측은 "무고죄로 수사받고 있던 검사에게 핵심 수사 기밀과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상세히 전달했다"며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고소장에는 특검팀이 지난해 3월5일 이른바 '3자 회의'가 열린 정황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엄 검사를 기소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엄 검사 측에 따르면 당시 엄 검사는 김동희 차장검사, 문 검사와 3자 회의를 열고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낸 뒤 이튿날 인천지검과 대검찰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보고서를 제출했다.
반면 특검팀은 다수 사건 관계자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당일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고 봤다. 특검팀은 부천지청 지휘부가 사건 담당자인 문 검사를 배제한 채 쿠팡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판단했다.
엄 검사 측은 특검팀의 판단이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엄 검사 측은 "문 부장검사의 의견이 반영된 보고서가 지난해 4월18일 대검에 정상적으로 보고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대검 보고 절차에서 배제됐다는 허위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사실관계를 공소사실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팀은 회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허위 프레임을 전제로 수사보고서 등을 조작했다"며 "신 검사가 먼저 엄 검사에게 무혐의 의견을 개진했음을 입증하는 카카오톡, 이메일 등 다수 물증도 고의로 배제했다"고 했다.
쿠팡 수사 외압 의혹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2023년 5월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퇴직금 지급 규정이 담기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다는 사건에서 비롯됐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이 사건을 지난해 4월 부천지청에 송치했고 부천지청은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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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사건을 담당했던 문 검사가 무혐의 처분 과정에서 부천지청 지휘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팀은 이 의혹을 수사한 뒤 엄 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이번 고소로 쿠팡 수사 외압 사건은 특검의 수사 적정성과 기소 과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별도 공방으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