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서울 일부 지하철역의 노인 무임승차 비율이 전체 승객의 절반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이동권 보장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무임승차 손실을 둘러싼 재정 부담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일대는 경동시장과 서울약령시를 찾은 노인들로 붐볐다. 올해 69세인 김영숙씨는 "날이 따뜻해지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지하철을 타고 시장에 나온다"고 말했다. 65세 이상인 김씨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요금을 내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제기동역은 서울 지하철역 가운데 노인 무임승차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제기동역의 노인 무임승차 비율은 47.2%로 전체 평균(15.1%)의 3배 수준이다. 이어 1호선 동묘앞역(42%), 청량리역(35.9%) 순으로 노인 무임승차 비율이 높았다.
이들 지역은 전통시장과 한약재 상권이 밀집해 고령층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노인들의 홍대'라고도 불릴 정도다. 경동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손님의 대부분이 60~70대"라며 "차를 몰지 않는 어르신들이 지하철을 타고 많이 온다"고 말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 노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됐다. 당시와 비교해 고령 인구 비중이 늘면서 전체 무임승차 비율도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3%로,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무임승차 규모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3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재정 부담이다. 노인 이용 비중이 높은 제기동·동묘앞·청량리역 등은 모두 관할하는 서울교통공사는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정부 보전을 받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연간 4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무임승차 손실을 보전받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달리 서울교통공사는 손실을 모두 감당하고 있다"며 "당장 운영에 차질을 빚는 수준은 아니지만 무임승차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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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고령층 이동권 자체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며 "노인들에게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해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이 어렵다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손실 보전 방안이라도 검토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소득 기준 등을 반영한 제도 개편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