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사 최후협상
재판부 "반도체 공정 일시적 중단, 막대한 손실"
"노조 항고 가능성도… 결정 뒤집기 쉽지않을 것"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을 사흘 앞둔 18일 법원이 신속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신우정)는 사실상 삼성전자 측 주장을 대거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안전보호시설을 평상시(평일 또는 주말·휴일)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평상시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를 의미한다.
재판부는 "반도체 제조공정은 24시간 연속운전을 전제로 설계된 것으로 일시적인 가동중단조차 수율 저하, 웨이퍼 손실, 설비 재가동 비용 등 막대한 직접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시설 손상 및 원료·제품의 변질 내지 부패로 인한 생산차질은 자동차·가전·정보통신 등 관련 산업의 생산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국내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사후적인 금전배상 등을 통해 회복될 수 없는 현저한 손해 내지 급박한 위험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이 삼성전자 총파업으로 야기될 여러 가지 피해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결단을 내린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법원이 쟁의행위를 금지하도록 결정한 것은 우리나라 노동계가 삼성전자 사례 하나로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회사도 이번 사례를 들어 성과급을 회사의 이익 기반으로 달라며 소송·가처분 등을 내 요구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는 결정 내용뿐만 아니라 결정 시점에도 주목한다. 많은 법조계 관계자는 노조의 총파업이 예고된 오는 21일 직전이 돼서야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와 2차 사후조정에 들어간 상태에서 가처분 결정을 먼저 내린 것도 이례적이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는지를 먼저 기다려본 뒤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아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업을 사흘 앞두고 법원이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산업이 가진 규모와 그에 따른 피해의 막대성 등 경제적 관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까지 나서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에 법원이 판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독자들의 PICK!
노조가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번에 내려진 판단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동환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노조 측이 항고를 제기할 수는 있으나 이번 가처분 결정은 쟁의행위 자체를 전면 금지한 것이 아닌, 쟁의행위 기간에 작업시설·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 가동을 방해하는 방식을 제한한 것"이라며 "노조 측이 시설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식의 쟁의행위까지 필요하단 점을 소명하지 못하면 이번 결정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번 가처분을 내리면서 결정을 위반하면 노조는 1일당 1억원씩의,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1일당 1000만원씩의 간접강제금을 삼성전자에 지급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