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돕는 게 아니라 장애인들이 살아갈 힘을 빼앗는 겁니다."
식당에서 만난 중증 장애 남매의 식사비를 대신 계산하려던 한 남성에게 사장이 건넨 이 한마디가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장애인을 동정과 보호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진정한 배려인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의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40대 남성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난 15일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한 식당에서 혼자 김밥 한 줄을 먹고 있었다"며 "중증 장애가 있는 남매가 서로 의지하면서 힘들게 한 걸음씩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제 아버지와 장모님도 중증 장애인"이라며 "김밥을 급히 먹고 사장님에게 손가락으로 '쉿' 동작을 한 뒤 카드를 건넸다. '저 친구들 밥값은 이걸로 계산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당 사장은 A씨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사장은 "저 친구들은 누군가로부터 도움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식당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이 몇 번 왔었는데, 누군가 몰래 밥값을 내준 걸 알면 무척 화를 내더라. 자기들도 충분히 밥값을 낼 수 있는데 왜 대신 내주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재차 "저도 아버지가 중증 장애인이라 사정을 잘 안다. 그냥 해 주시면 안 되냐"고 부탁했다. 하지만 사장은 "그건 저 친구들을 돕는 게 아니고 살아갈 힘을 빼앗는 일"이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결국 A씨는 남매의 식사비를 대신 계산하지 못한 채 식당을 나왔으나 사장 말을 듣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진정한 배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선의로 한 행동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장애가 있다고 돈이 없는 건 아니다", "마음은 알겠으나 그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도우면 된다", "동정 대상이 아니라 똑같은 인격체로 대우한 사장님 태도가 인상적", "저도 반성하고 간다" 등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

장애인에 대한 선의의 표현이나 행동도 자칫 장애인을 권리 주체가 아닌 보호와 배려 대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1989년 장애인복지법 개정과 함께 공식 명칭이 '장애인'으로 바뀌었으나 2000년대 들어 친근함을 강조한다는 취지로 '친구 우'(友) 자를 붙여서 '장애우'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사례가 있다.
해당 표현은 온정주의적 시선이 담겼다는 비판을 받고 사라졌다. 당시 장애인 단체들도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선입견을 키울 수 있다며 장애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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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지난달 20일 '제46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안창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장애인 권리 보장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 차원에서 접근하는 일회성 관심이나 동정이 아니라,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하고 생활하는 등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권리를 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