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모르게 빚 시효 연장 못 한다…금융기관 '공시송달 특례' 폐지 추진

채무자 모르게 빚 시효 연장 못 한다…금융기관 '공시송달 특례' 폐지 추진

양윤우 기자
2026.07.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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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정부가 금융기관이 지급명령 서류를 채무자에게 직접 전달하지 못해도 법원 공고만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고 빚의 소멸시효를 늘릴 수 있도록 한 특례를 없애는 법 개정에 나선다. 상환 능력이 거의 없는 장기 연체자의 채권까지 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해 추심을 이어가는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금융기관에 지급명령 공시송달을 허용한 특례를 전면 폐지하기 위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정식 민사소송보다 간단한 절차를 거쳐 법원으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명령을 받아 강제집행의 근거를 확보하는 제도다. 공시송달은 채무자의 주소를 알 수 없는 등 서류를 직접 전달하기 어려울 때 법원 게시 등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지급명령은 절차가 간단한 만큼 원칙적으로 공시송달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2014년 법을 개정해 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 유동화전문회사 등 일부 금융기관에는 예외적으로 지급명령 공시송달을 허용했다. 현재 총 26개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이 이 특례를 적용받고 있다.

채권자가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채무자가 더 이상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 소멸시효가 있다. 다만 금융기관은 지급명령과 공시송달 특례를 이용해 채무자에게 서류가 실제로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채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이 상환 능력이 거의 없는 취약계층의 채권까지 기계적으로 시효를 연장해 장기간 추심을 이어간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채무자는 지급명령이 내려진 사실조차 모른 채 빚의 시효가 늘어나 오랜 기간 추심에 시달릴 수 있었다.

특례법이 개정되면 금융기관도 일반 채권자와 마찬가지로 지급명령 절차에서 공시송달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법무부는 이를 통해 금융기관이 소멸시효를 늘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관행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도 채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끝내고 예외적으로만 연장하도록 하는 보완책을 추진한다. 금융기관이 이미 회수가 어렵다고 보고 세법상 손실로 처리한 채권의 시효를 계속 연장하는 관행부터 개선한다.

금융위는 오는 9월 '금융기관채권 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융기관은 개인금융채권의 소멸시효가 처음 돌아올 때 시효를 끝내야만 대손 인정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별 개인금융채권 소멸시효 완성 실적을 보고·공시하는 시스템도 마련한다. 올해 상반기 실적부터 공개하고, 금융회사가 채권 회수 가능성을 따져 시효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오는 9월까지 각 회사 내규에도 관련 기준을 반영할 예정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는 장기 연체의 늪에 빠진 채무자의 재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무분별한 시효 연장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 관련 법률의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상환능력이 희박한 채무자에게까지 기계적으로 소멸시효 연장을 위한 지급명령을 신청해 장기간 추심하는 잘못된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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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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