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특보에도 '조금만 더' 일손 달리는 농촌의 비극

폭염특보에도 '조금만 더' 일손 달리는 농촌의 비극

이현수 기자
2026.07.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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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사천 등서 고령농민 잇단 사고… "현장중심 대응 필요"

열대야를 지나 다시 폭염이 찾아온 28일 대구 수성구의 한 고추밭에서 농민들이 한낮 무더위를 피해 오전부터 밭일을 서두르고 있다.  /대구=뉴스1
열대야를 지나 다시 폭염이 찾아온 28일 대구 수성구의 한 고추밭에서 농민들이 한낮 무더위를 피해 오전부터 밭일을 서두르고 있다. /대구=뉴스1

전국에 폭염 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농촌에서 밭일을 하던 고령층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잇따른다. 해마다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만 '조금만 더 일하고 쉬자'는 인식과 고령화된 농촌 현실이 맞물리면서 폭염 경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안내방송을 넘어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중단시키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8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6일 전북 완주의 한 밭에서 100세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의 체온은 42.2도였다. 사고 당일 완주군의 낮 최고기온은 34.7도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경남 사천에서는 논에서 쓰러진 90대 남성 B씨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뒤 열사병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B씨는 고혈압과 심근경색 등 기저질환을 앓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일 사천시 최고기온은 33.9도였다.

지난 22일에는 강원 고성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90대 여성 C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폭염 속 농작업에 따른 고령층 사망은 해마다 반복된다. 지난해 7월에도 전남 곡성에서 80대 여성이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유사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열사병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수록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져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열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으면 열사병 위험도 크게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고령층은 자율신경계 기능이 저하돼 체온이 급격히 상승해도 열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한다"며 "폭염 속 장시간 노동은 몸 전체에 큰 부담을 주는 만큼 한낮에는 논밭작업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폭염 위험을 알면서도 작업을 멈추기 어려운 농촌 현실이다. 고령층은 오랫동안 이어온 농사일을 습관처럼 계속하는 경우가 많고 지자체의 '폭염시 작업 자제 안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작업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장 중심의 대응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이 맡던 농사일을 이제 농촌에 남은 고령층이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마을 이장들이 현장을 돌며 작업중단을 권고하고 야외에 나온 고령층을 직접 설득하는 대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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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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