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확보 전까지 선고 미뤄질 전망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를 올려 주가를 띄우고 3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스닥 상장사 실소유주가 선고기일에 잇따라 불출석하면서 도주 의혹이 불거졌다.
피고인의 고의적인 불출석에 따른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지난 6월부터 '궐석 선고' 요건을 완화한 개정법이 시행됐지만 해당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아 신병 확보 전까지 선고가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최근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나모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4일 첫 선고기일에 나씨가 출석하지 않자 당일 보석을 취소했다. 이후 나씨는 같은 달 21일과 24일, 이달 14일까지 재지정된 세 번의 선고기일에 모두 불출석했다. 나씨 측 대리인도 현재 그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27일 열린 결심공판을 마지막으로 두 달 넘게 모습을 감춘 셈이다.
수사기관은 나씨가 도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방을 쫓고 있다. 최근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역시 나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나씨의 신병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나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다음달 4일로 지정됐으나 재판장에 나오지 않으면 선고는 계속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부터 개정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1심 궐석재판 기준이 완화됐지만 나씨 사건에는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개정 소송촉진법에 따르면 결심공판에 출석한 피고인이 선고기일을 고지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 없이 선고할 수 있다. 피고인이 선고를 피하기 위해 고의로 잠적하면서 재판이 장기간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하지만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을 초과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나씨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는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앞서 검찰은 나씨에게 해당 혐의로 징역 10년을 구형하고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벌금 750억원과 추징금 329억원도 함께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보이스피싱에 주로 적용되는 형법상 사기 등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궐석 선고가 가능한 예외 규정도 있다. 다만 나씨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나씨에 대한 선고를 위해서는 신병 확보가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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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씨가 붙잡히더라도 형법상 도주죄가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주죄는 체포나 구금 상태에서 성립되는데 나씨는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석 조건 위반에 따라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
실제 2022년 말 결심공판 직전 보석 상태에서 도주했다가 48일 만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도 별도의 도주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나씨의 반복적인 재판 불출석과 도주 정황은 향후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나씨는 2018년 벤처투자사 대표 이모씨 등과 공모해 바이오 신약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약 3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2019년 말 금융당국이 수사망을 좁히자 가상의 인물과 시나리오를 만들어 공범들에게 위증을 종용한 혐의도 있다. 나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6명은 지난달 14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