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법원 내에서도 '결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인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은 임박한 반면 이 전 대법관보다 6개월도 더 전에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은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가 노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구한 지 18일째에 접어들었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입장이 나온 직후 조 대법원장은 "다음 주 중 정리가 되면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답한 바 있다. 입장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 대법원장은 2주 넘게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부친상 등이 겹치며 일정이 1차적으로 지연됐다. 이에 더해 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아·태 대법원장 회의 등 굵직한 일정도 대법원장의 공식 입장이 당장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후속 조치가 기약 없이 지연되자 법원 내부에선 조 대법원장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이 침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빠른 결단을 요구하는 의견이 득세하는 모양새다. 대법관 공백이 너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어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일찍 결단을 내려줬어야 한다"며 "더 늦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청와대 요청이 과도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당장 대법관 공백이 메워지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가 원하는대로 손 부장판사와 함께 이름을 올린 후보자 중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를 제청하면 비교적 빨리 대법관 임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관 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다른 부장판사는 "조 대법원장이 입장을 도로 굽힐 수는 없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시간이 흐를 대로 흘러서 지금 조금 빠르게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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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국회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김도읍)는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채택된 임명동의안은 오는 1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가결되면 대통령의 최종 임명 절차만 남는다. 국회 가결 후 대통령의 결재까지는 통상 3일 안팎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