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피의자와 결혼 사실도 몰랐다"
경찰, 계획범죄 정황 수사 중…늦장 대응 논란엔 "증거 확보 노력"

'서울 송파구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 피의자가 흥신소를 고용해 피해자 가족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다는 유족 측 주장이 나왔다. 유족 측은 아내가 상습적인 폭행과 협박에 시달렸지만 경찰 수사가 지연됐고 임시조치까지 종료되면서 예견된 참사를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13일 오전 빈소에서 만난 유족 A씨는 "피의자가 가족들의 일정을 파악하기 위해 흥신소에 2000만원을 주고 2주 동안 감시하도록 했다고 한다"며 "차 안에서 가족 모두의 동선을 지켜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피의자가 평소에도 흉기를 이용해 협박하고 상습적으로 아내 B씨를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폭행 과정에서 흉기로 협박한 적도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때렸다"며 "가족에게 해코지할까 봐 두려워 계속 참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B씨가 폭행을 당한 뒤 집으로 찾아오기 전까지 피의자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가족 모두 결혼 사실을 몰랐고, 피의자와는 일면식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의 강요로 혼인신고까지 하게 된 것"이라며 "심하게 폭행당한 B씨가 집으로 찾아오면서 가족들이 상황을 알게 됐고, 이후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경찰의 수사 지연과 임시조치 종료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A씨는 "위험이 예견됐기 때문에 보호조치를 한 것 아니냐"며 "유족 입장에서는 유일하게 믿고 있던 보호막이 사라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B씨도 지난달 30일 임시조치가 종료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담당 수사관에게 '피의자는 언제 조사받느냐'고 물었지만 기다리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5시40분쯤 20대 남성 C씨는 송파구 문정동의 한 주택가에서 장모인 5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내인 20대 여성 B씨를 차량에 태워 납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강원도 양양의 한 야산에서 C씨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현장에서 함께 발견된 B씨는 무사한 상태였다. 흉기에 찔린 50대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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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가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하려 하자 감정이 상해 범행한 것이지 장모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C씨가 평소 흉기를 소지하고 피해자 가족의 동선을 파악하려 했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계획범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30분에는 서울동부지법에서 C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릴 예정이다.
한편 C씨는 경기 군포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병가를 낸 뒤 한동안 복무지에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C씨의 가정폭력 혐의를 수사 중이던 경찰은 지난달 30일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가 종료될 때까지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해 피의자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여러 차례 시도하는 등 증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