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정치의 과잉, 구멍난 안전 (中)
전자발찌·접근금지에도 범행…재범 막지 못하는 국가안전망

인천 흉기난동 사건과 서울 송파 장모 살해 사건 등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사건들은 전자발찌나 접근금지라는 예방 조치가 취해졌음에도 발생했다. 국민 안전을 위해 위험 징후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곽규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발생한 인천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최충락은 2021~2024년까지 외출 제한 준수사항을 총 6회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1년 3회 △2022년 1회 △2023년 1회 △2024년 1회 위반했다. 최충락은 이같은 위반으로 두 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충락은 과거 살인미수죄로 복역하고 2029년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하는 전자감독 대상자였다. 전자감독 대상자가 외출 제한을 어기는 위험 징후가 감지됐음에도 추가 조치는 사실상 없었다.
최충락의 위험 징후는 이뿐만 아니다. 사건 한 달여전엔 칼을 든 채 병원 앞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흉기를 지구대에 임시 보관 조치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민원이 제기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최충락을 상대로 피의자 조사도 진행했지만 신병을 확보하진 않았다.
경찰은 관련 사실을 보호관찰 담당자에게 통지했지만 전자감독 관리 등급 상향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흉기를 사람에게 휘두른 건 아니었단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감독 관리 등급은 4단계( △1대1 △고위험 △집중 △일반)로 나뉘지만 최충락은 두번째로 낮은 '집중' 등급에 머물렀다.
최충락은 범행 발생 1시간 남짓 전에는 담당 보호관찰관과 대면 면담 및 식사까지 했다. 그러나 최충락의 추가 흉기 소지 여부나 범행 의도를 잡아내진 못했다. 형식적인 면담에 그치다보니 범행 징후를 사전에 알아채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송파 장모 살해 사건 피의자 김성우는 가정폭력 사건으로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임시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김성우는 이를 총 9차례 어기고 피해자 주거지 100m 이내에 접근했다. 김성우는 피해자인 아내의 출퇴근 시간을 짐작해 기다렸지만, 정작 아내는 김성우가 집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위험 징후가 사전에 감지됐음에도 추가 범행을 막지 못하면서 국가 안전망이 사실상 방치 상태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법무부 산하 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와 경찰은 전자감독 대상자의 실시간 위치 정보 등을 공유할 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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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우석대 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호관찰관이 경찰 수사의 진행상황이나 의심점 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능동적으로 할 의무가 없다"며 "적어도 전자발찌 착용자는 경찰이 실시간으로 정보·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하거나 기관 간 정보가 자동으로 공유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호관찰소의 인력 부족도 문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체 전자감독 인력은 521명이고 이중 감독 대상자를 지도·감독하는 인력은 234명에 그친다. 감독 대상자는 약 4700명으로 보호관찰관 1명당 평균 약 20명을 관리해야 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호관찰소의 인력 확충과 더불어 전문성 강화도 함께 해야 문제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차원에서 인천 흉기난동과 같은 유형의 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원인 진단을 하고 그에 맞는 과학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해야 한다"고 했다.
가둘 곳도 치료할 곳도 없다…사회로 돌아오는 고위험군

재범을 막기 위한 치료와 감독이 인력 부족에 부딪히면서 사회에 돌아온 고위험군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치료감호시설은 의사가 모자라 일부 병동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고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으로 가석방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출소자의 치료와 감독을 뒷받침할 인력·시설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5일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국립법무병원의 의사는 정원 20명 중 12명이었다. 국립법무병원은 정신질환이나 약물중독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러 치료감호 처분을 받은 사람을 수용해 치료하는 곳이다.
의사가 정원의 절반을 간신히 넘다보니 병동 상당수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25개 병동 가운데 16개 병동, 900병상만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9개 병동은 의료 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비어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환자를 치료할 의사와 간호사를 확보해 운영하지 못하는 병동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며 "시설에서 치료를 시작한 뒤 사회로 돌아가서도 치료가 끊기지 않도록 지역 병원과 연결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소 뒤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이어주는 과정에도 빈틈이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올해 공개한 마약류사범 치료재활 연구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자와 가족·실무전문가 등 19명을 심층면담한 결과 교정시설과 지역 치료기관 사이의 연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담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사법기관과 지역 치료기관의 협력이 행정적인 통보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인천 흉기난동을 벌인 최충락도 빈틈의 결과다. 보호관찰관은 최충락 범행 당일에도 정신질환 치료제 복약 여부 등을 지도·감독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가석방 확대도 고위험군을 사회에 되돌리고 있다. 법무부는 강력사범을 엄격히 심사하면서 재범 위험성이 낮은 수형자를 중심으로 가석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나 국민 불안을 말끔히 씻어내진 못하고 있다. 가석방 확대 이유는 교정시설 부족이다. 정치권 논의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셈이다. 법무부의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정시설의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6만3680명이었다. 수용 정원 5만614명보다 1만3066명 많았다. 평균 수용률은 125.8%였다. 정원 100명인 공간에 약 126명이 생활한 셈이다.
사회로 돌아온 대상자를 감독하는 현장 업무도 늘어나고 있다. 보호관찰은 대상자가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지도·감독하는 제도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호관찰 실시 사건은 2023년 9만3366건에서 지난해 9만8220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9월 기준 보호관찰관은 1986명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 "전자발찌를 채우거나 접근금지를 명령하는 것만으로 범행을 막을 수는 없다"며 "위험 신호가 나타났을 때 감독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담당자가 너무 많은 대상을 맡으면 상태 변화를 세밀하게 살피기 어렵다"며 "고위험 대상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인력과 업무 여건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