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4년 선고
재판부 "가담 정도 가볍다 볼 수 없어" 지적

항공사 인수 등을 내세워 주식 가치가 2배 넘게 오를 거라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19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모 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판사 서영우)은 지난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62)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정씨는 유골성형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A컴퍼니와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B메디코스 등을 운영하는 그룹의 회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투자자들에게 A컴퍼니 주식 투자를 권유해 주식대금 명목으로 약 19억27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정씨는 투자자들에게 "유골성형사업과 진에어 인수 등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전망이 매우 좋다", "현재 2000원인 주식 가치가 곧 5000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회사의 실제 사업 여건은 정씨의 설명과 달랐다. A컴퍼니는 2017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됐으며 별다른 자산도 없었다. 대표 외에는 직원도 없어 사업을 추진할 인적·물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였다. 수익구조도 불안정했고 부동산 투자와 항공사 인수 등 다른 사업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전망이 불투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 등을 토대로 정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른 인물이 범행을 주도하고 수익 대부분을 가져갔다는 정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회사 내 지위와 범행 전반에 걸쳐 담당했던 역할 등을 고려하면 가담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범행 기간 개인적으로 또는 계열사를 통해 취득한 이익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
정씨가 거래 관계자 2명을 허위 고소했다는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는 이들이 회사 소유의 화장품과 건강식품 약 2억6800만원어치를 빼돌렸다며 허위 고소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정씨의 인식 등을 고려할 때 허위 신고나 무고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비상장주식 투자 사기 소비자경보를 '주의'에서 '경고'로 한 단계 올렸다. 지난해 6월 주의보를 발령한 이후에도 비상장주식의 상장 임박을 미끼로 한 투자 사기가 잇따르면서다. 금감원은 비상장회사의 재무현황과 사업정보 등을 투자자가 직접 확인하고,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관련 공시 여부와 내용을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