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과부'라는 말을 아십니까?

'야구 과부'라는 말을 아십니까?

송학주 기자
2011.11.17 15:43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사회인 야구 실태

↑ 일본 농촌 지역내 사회인 야구 경기장 10개면 이상이 들어서 있다.ⓒ개인블러그에서 발췌
↑ 일본 농촌 지역내 사회인 야구 경기장 10개면 이상이 들어서 있다.ⓒ개인블러그에서 발췌

지난 해 일본에서 사회인 야구 동호회와 경기를 가진 적이 있다. 일본의 사회인 리그는 우리와는 달리 전문 야구 선수들이 참여하는 실업 야구에 비견된다. 사회인 리그 아래 순수 야구 동호인들은 연식구를 가지고 시합을 한다.

딱딱한 경식구가 아니라 부드러운 연식구를 사용하다 보니 부상의 위험이 적다. 부모와 함께 야구장에 온 아이들도 공 맞을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다. 연식구는 경식구와 무게도 똑같고 실밥 자국도 있어 경기하는데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일본에 비해 우리는 사회인 야구에서도 프로 선수와 똑같은 경식구를 사용한다. 또 학교 운동장이나 간이 시설만 갖춘 야구장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땅이 고르지 않아 불규칙한 바운드에 부상을 당하기 쉽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낚시 과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주말에 취미생활로 낚시를 하러 가는 남편 때문에 주말 내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내들을 풍자한 말이다. 이제는 야구 인기에 힘입어 '낚시 과부' 보다 '야구 과부'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린다.

'야구 과부'라는 말은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인 야구 문화 실태를 그대로 대변해 준다. 열악한 야구장 시설로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 사회인 야구가 가족 놀이 문화로 발전할 수 없는 이유다.

↑ 서울 도심 사회인 야구 리그가 진행되는 운동장. 시멘트 바닥과 계단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송학주
↑ 서울 도심 사회인 야구 리그가 진행되는 운동장. 시멘트 바닥과 계단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송학주

서울 도심 내 한 사회인 리그는 시멘트 바닥이 그대로 노출된 운동장에서 1년간 리그를 진행한다. 학교 운동장을 임대해 사용하다 보니 좌측에는 농구 골대와 축구 골대가 자리 잡고 있다.

경기 중에 수비수들이 공을 쫓다 보면 골대와 부딪히기 십상이다. 시멘트 바닥 위를 징이 달린 야구화를 신고 뛰다 보면 미끄러져 뇌진탕의 위험도 존재한다. 이런 부상의 위험에도 서울 시내 최고의 사회인 리그로 손꼽힌다.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부상을 우려해 겨울에는 따뜻한 해외에서 동계 훈련을 한다.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은 한겨울에도 운동장에 쌓인 눈을 치우고 언 손을 녹여가며 야구를 한다. 부상의 위험이 있지만 열악한 야구 인프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 ↑ 서울 도심 사회인 야구 리그가 진행되는 운동장. 농구 골대와 축구 골대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송학주
↑ ↑ 서울 도심 사회인 야구 리그가 진행되는 운동장. 농구 골대와 축구 골대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송학주

사회인 야구가 가족 놀이 문화로 확립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야구장 개선이 시급하다. 야구 시합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사전에 제거해야 하며 안전망 설치가 필요하다. 선수들과 응원 온 가족들이 쉴 수 있는 덕아웃 설치도 반드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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