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66·프랑스) 감독이 챔피언결정전(챔프전) 1차전에서 처음 격돌한 대한항공 새 외국인 선수 호세 마쏘(29·쿠바)에 대해 "대한항공에는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넣어 줄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포스트시즌 직전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교체를 두고는 "절대 공정하지 않다"고 소신 발언했다.
블랑 감독은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프전(5전 3승제) 1차전에서 대한항공에 2-3(19-25, 25-19, 25-23, 20-25, 11-15)으로 역전패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마쏘는 점프가 굉장히 많았다. 공격 성공률이 70%가 넘었다는 건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현대캐피탈이 처음 상대한 마쏘는 정규리그 최종일이었던 지난달 19일 대한항공에 전격 입단한 새 외국인 선수다. 당시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내내 활약했던 카일 러셀(33·미국)의 시즌 후반부 경기력 저하 및 부진을 이유로 마쏘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정규시즌 내내 활약했던 러셀은 포스트 시즌이 시작되자 팀을 떠나고, 대신 마쏘가 새로 합류해 V-리그 데뷔전을 챔프전 무대에서 치렀다.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미들 블로커로 나선 첫 세트부터 블로킹 1개 포함 4점에 공격 성공률 100%를 기록한 마쏘는 2세트에서만 1점으로 주춤했을 뿐 3세트와 4세트 각 5점씩, 마지막 5세트에서도 3점을 책임졌다. 결국 이날 마쏘는 속공 12개에 블로킹 2개 등 18점에 공격 성공률 71.4%을 기록하며 팀의 역전승에 앞장섰다. 현대캐피탈은 챔프전에서 처음 상대한 마쏘에 대응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힘에 부쳤다. 블랑 감독도 경기 후 상대 선수라 할지라도 활약상 그 자체에는 박수를 보냈다.

블랑 감독은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대한항공의 행보에 관한 질문에는 "절대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부상 등 불가피한 사유에 따른 교체가 아니라 전력 보강을 위해 시즌 막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블랑 감독은 "국제 배구계에서도 (등록된) 선수를 교체하는 건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만 교체할 수 있다. 마음 가는 대로 교체하는 게 불공평하다는 건 선수단 내부에서도 불평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헤난 달 조토(66·브라질) 대한항공 감독은 러셀의 교체 당시 '의학적 소견 등 부상 관련 이슈가 있었는지'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그런 건 없었다"고 했다. '챔프전 직전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사례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경험한 리그에서는 없었다"고 답했다. 헤난 감독은 브라질과 이탈리아 리그에서 감독 생활을 했다.
헤난 감독은 러셀 대신 마쏘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건 오롯이 팀 전력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아포짓 스파이커 역할을 맡고 있는 임동혁은 대한민국 배구의 미래이기도 하다. 팀의 미들 블로커들이 잔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미들과 아포짓에서 부재를 느낄 수도 있을 상황에 대비해 마쏘로 교체한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임동혁, 러셀 선수가 모두 있었다면 둘 중 한 명은 벤치로 가야 했다. 두 선수에게는 정당하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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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처럼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대한항공의 행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2024년엔 챔프전 직전 막심 지갈로프를, 지난해 3월엔 러셀을 각각 새로 영입하며 포스트시즌 직전 외국인 선수를 교체 전략을 썼다. 올해 역시도 정규리그 최종일에야 러셀 대신 마쏘를 품었다.
그렇다고 대한항공이 V-리그 규정을 어기면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건 아니다. 실제 V-리그는 국내 선수 등록만 제한이 있을 뿐 외국인 선수는 사실상 제한 없이 교체가 가능하다. 등록 시기에 대한 제한 역시도 없다. 대한항공 구단 입장에선 규정 안에서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블랑 감독 역시도 "V-리그 규정에는 따른 것이니,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V-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마쏘는 "감독님이 리베로로 뛰라고 해도 뛸 것"이라며 새로운 팀에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마쏘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좋은 순간도 있고, 힘든 순간도 있었는데 똘똘 뭉쳐서 팀이 포기하지 않았다"며 "첫 경기에 이겨서 기쁘다. 팀에 녹아들어서 다음 경기도 이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V-리그 트라이아웃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던 그는 "사실 기분은 안 좋았다. 그래도 희망은 잃지 않았다. 챔프전을 앞두고 대한항공의 연락을 받았을 때 그래서 더 기뻤다"며 "이란에서 뛰고 있었는데, 전쟁 때문에 탈출한 상태였다. V-리그는 늘 오고 싶었던 리그였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생겨서 기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