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K리그 수원FC 위민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진출에 단 한 걸음만 남겨두고 있다. 수원FC 위민 구단은 물론이고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대한민국 여자축구 역사에도 새겨질 성과다. 마침 4강과 결승까지 모두 홈에서 치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어드밴티지까지 안았다.
그런데 정작 뜬금없는 논란이 대회를 흔들고 있다. 수원FC 위민이 아닌 상대팀, 북한에서 방남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을 응원하겠다고 자처한 단체들이 등장하면서다. 모든 종목을 통틀어 북한 선수단이 경기를 위해 방남하는 건 지난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에 참가했던 탁구 대표팀 이후 7년 5개월 만이다. 여자 축구팀 기준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터라, 애초에 내고향의 방남 여부조차 미지수였다. 내고향의 방남이 확정되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이유다. 문제는 엄연히 승패를 두고 겨루는 대회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팀인 수원FC 위민이 아니라 '북한팀' 내고향을 응원하겠다고 나선 단체들의 등장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정부가 북한팀을 응원하겠다고 나선 단체에 무려 3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은 더 묘해졌다. '혈세 지원'에 대한 논란을 의식했는지 이들 단체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수원FC위민·내고향응원단 공동 응원단 결성' 소식을 발표하며 "일부 언론의 '정부, 북한 축구단 응원 민간단체에 3억원 지원' 취지의 보도는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밝힌다. 우리 응원단은 특정 팀이 아닌 양 팀 모두의 선전을 응원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경기가 단순한 이벤트성 친선대회가 아닌, 엄연히 승패가 결정되고 결승 진출과 탈락이 결정되는 단판승부라는 점이다. 수원FC 위민 역시도 지난해 미얀마에서 열린 이번 대회 조별리그를 비롯해 대회 4강까지 꾸준하게 구슬땀을 흘려 왔다. 내고향을 상대로는 조별리그에서 당했던 패배를 설욕해야 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뜬금없이 상대를 포함한 공동 응원단을 자처하는 단체와 마주하게 된 셈이다. 심지어 공동 응원단은 "잘한다 수원", "힘내라 내고향" 등 양 팀 응원구호에 파도타기 응원까지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AFC가 주관하는 여자축구 최고 권위 대회이자 지면 탈락인 실전 무대다. 평화를 위해 펼쳐지는 남북 친선경기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내고향의 이번 방남이 일각에서 기대하는 '단절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애초에 내고향의 방남 결단 배경부터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을 거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4강까지 오르고도 대회 개최지가 한국이라는 이유로 기권한다면, 벌금 등 AFC 징계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결승에만 올라도 내고향은 50만 달러(약 7억 5000만원)의 준우승 상금을 확보할 수 있고, 우승 상금 역시 100만 달러(약 15억원)에 달한다. 그저 대회 성적에 따른 '실리'를 택한 방남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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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남 과정에서 내고향 축구단이 비협조적으로 알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오는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39명의 내고향 선수단 입국 과정부터 공개될지 미지수다. 내고향 측은 수원FC 위민과 같은 곳으로 배정된 숙소도 독립된 숙소로 변경을 요청하는 등 경기 외적인 일정을 비공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전 기자회견이나 공개 훈련 등 대회 공식 일정조차 참석이나 공개 여부가 불투명하다. 오직 대회 우승에 따른 실리를 택하고 방남한 팀을, 오히려 응원구호까지 준비해 응원하고 혈세까지 투입되는 상황이다.

AFC의 우려 역시 현실이 된 모양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AFC는 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에 "대한민국과 북한의 특수 관계는 이해하지만, 모든 우선순위는 축구에 있다"며 "외부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분리돼 순수한 스포츠 행사로 진행될 수 있도록 당부한다"는 내용의 공식 서신을 보냈다. 다만 벌써부터 축구와 전혀 무관한 단체들의 공동 응원단 결성 발표나, 이들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 등 '축구 외적인' 요소들이 대회를 흔들고 있다.
현 상황과 분위기가 가장 아쉬운 건 중요한 맞대결을 앞둔 수원FC 위민과 팬들이다. 구단 관계자는 "수원FC위민-내고향축구단 공동응원단 결성은 구단과 전혀 협의된 바가 없는 내용"이라면서 "수원FC 팬들은 평소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응원석 등 관중석에서 수원FC위민을 응원할 것이다. 이번 경기는 친선경기가 아니라 엄연한 대회"라고 말했다.
수원FC 서포터스 측도 "이번 AWCL 4강에서 수원FC 위민은 정치나 이념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축구팀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며 "어떠한 외교적 문제나 정치적 비하 없이 평소와 다름없이 수원FC만의 응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응원가의 상대팀 명칭 역시 (내고향축구단의 연고지인) '평양'으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수원FC위민과 내고향은 오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격돌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23일 멜버른 시티(호주)-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전 승자와 우승을 놓고 다툰다. 14일 정부는 내고향 선수단 39명의 방남을 승인했다. 기간은 입국 당일인 17일부터 24일까지다. 다만 만약 수원FC 위민에 져 4강에서 탈락하면, 승인 기간과 무관하게 조기 출국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