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미래 고객은 학교에 있다. 학교 마케팅이 야구 저변 확대의 출발점이다 [류선규의 비즈볼]

프로야구 미래 고객은 학교에 있다. 학교 마케팅이 야구 저변 확대의 출발점이다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2026.06.01 10:04
필자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SK 와이번스에서 '인천SK 야구수학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며 야구와 수학의 융합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고객 확보와 야구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중단되었으나, 필자는 야구수학 책을 출간하고 전국에서 강연을 이어가며 야구가 교육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음을 확인했다. 야구계는 미래 고객인 학생들을 위해 학교와 연계한 마케팅 및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야구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 경남수학문화관 수학대중강연. /사진=류선규 전 단장 제공
2025 경남수학문화관 수학대중강연. /사진=류선규 전 단장 제공

필자는 2018~2019년 2년간 SK 와이번스에서 '인천SK 야구수학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인천 지역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기획된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 '야구와 수학의 융합'을 주제로 한 강연과 프로야구 경기 관람으로 구성됐다. 구단 입장에서는 미래 고객을 확보하고 야구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의 성격이 강했으며, 학교 입장에서는 수학 교과와 연계된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일선 학교들의 반응이었다. 인천 지역 학생들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지만 관심은 예상보다 훨씬 넓게 확산됐다. 전국 각지의 학교에서 참가 문의가 이어졌고, 일부 학교는 장거리 이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경기 지역은 물론 강원, 충남, 충북, 경북 지역의 학교들이 버스를 대절해 학생들을 인솔하며 행사에 참여했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야구와 수학의 융합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높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동시에 구단 입장에서도 연고 지역인 인천을 넘어 전국의 학생들에게 프로야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미래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강화여고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었다. 당시 약 250명의 학생들이 버스 6대에 나눠 타고 참가했는데, 여고생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경기장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만들었다. 평일 야간 경기였던 탓에 학생들은 경기가 끝나기 전에 귀가해야 했다. 경기 도중 학생들이 자리를 뜨자 주변 관중들 사이에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고, "벌써 가느냐"며 붙잡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교육 현장에는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융합형 교육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야구와 수학의 만남은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졌고, 참가 학교와 학생들의 호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결국 이 행사는 당초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기획됐지만 연중 행사로 확대 운영되기에 이르렀다. 2018~2019년 2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 수는 약 5,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행사는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중단됐다. 이후 인천에서는 '야구와 수학의 융합'을 주제로 한 현장 프로그램이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야구X수학'의 책 표지. /사진=원앤원북스
'야구X수학'의 책 표지. /사진=원앤원북스

이후 필자는 '인천SK 야구수학 토크콘서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4월 현직 고등학교 수학 교사와 함께 『야구×수학』을 출간했다. 이 책은 야구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수학 원리를 소개하고, 학생들이 수학을 보다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책이 출간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강연 요청이 이어졌다. 필자와 수학 교사는 인천을 비롯해 원주, 청주, 포항, 창원, 고성, 광주, 광명 등 다양한 지역의 학교와 교육기관을 찾아 '야구와 수학의 융합'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야구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수학을 설명하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집중했고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이를 통해 야구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교육 콘텐츠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강연을 다니며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지역에 따라 학생들의 반응에 차이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1군 구단이 연고지를 둔 도시에서는 학생들의 참여도와 호응이 훨씬 적극적이었다. 질문도 많았고 강연 후 반응도 뜨거웠다. 반면 야구를 직접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는 관심과 참여도가 다소 제한적이었다. 프로야구 경기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이 학생들의 야구에 대한 친숙함과 관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최근에는 인천시교육청이 주관한 '수학 대중화 강연'에 강연자로 참여했다. 이 행사는 '야구×수학 북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필자에게는 과거 '인천SK 야구수학 토크콘서트'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무엇보다 20여 년 동안 인천 프로야구단에서 활동하며 느꼈던 인천 학생들의 뜨거운 야구 열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어 더욱 반가웠다.

2026 인천광역시교육청 수학대중화강연 '야구x수학 북콘서트'. /사진=류선규 전 단장 제공
2026 인천광역시교육청 수학대중화강연 '야구x수학 북콘서트'. /사진=류선규 전 단장 제공

이날 행사에는 약 600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110명이 참여한 만족도 조사에서 약 95%의 만족도를 기록했다. 인천시교육청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수학을 야구 현장의 실제 데이터와 접목함으로써 학생들의 흥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경험은 지난해 11월 경남수학문화관이 주관한 '수학 대중 강연'에서도 할 수 있었다. 약 200명의 고등학생과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강연 역시 만족도 조사에서 96.7%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인천시교육청과 경남수학문화관의 행사는 강연 중심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과거 '인천SK 야구수학 토크콘서트'와는 차이가 있었다. 반면 최근 부산수학문화관이 개최한 '스포츠 속 수학' 프로그램은 야구 관람까지 연계했다는 점에서 과거 행사와 가장 유사했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에도 강연자로 참여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현직 수학 교사와 함께 총 8차례 강의를 진행했는데, 부산 지역 중·고등학교 40개교에서 480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강연을 들은 뒤 며칠 후 사직구장에서 단체 관람을 했다. 강의와 경기 관람이 같은 날 진행됐던 과거 '인천SK 야구수학 토크콘서트'와는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었지만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는 매우 비슷했다. 무엇보다 부산 학생들의 뜨거운 야구 열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026 부산수학문화관 '스포츠 속 수학' 강연. /사진=류선규 전 단장 제공
2026 부산수학문화관 '스포츠 속 수학' 강연. /사진=류선규 전 단장 제공

지난 2년간 『야구×수학』을 출간하고 전국의 학교와 교육기관에서 수학 대중화 강연을 진행하면서 다시 한번 느낀 점이 있다.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야구계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미래 고객인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7년 전 '인천SK 야구수학 토크콘서트'를 기획하면서 미래 고객 확보에 역점을 뒀다.

당시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제 성인이 됐다. 그들이 모두 야구팬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린 시절 야구장을 찾았던 경험은 프로야구에 대한 친숙함과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구단들과 KBO(한국야구위원회) 역시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학교 현장을 활용한 마케팅과 교육 프로그램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가 2년 연속 천만 관중을 돌파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현재의 흥행이 미래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미래의 관중은 오늘의 학생들이다.

유소년 시절에 경험한 야구장의 추억은 평생 기억으로 남는다. 경기장에서 느낀 설렘과 응원의 즐거움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야구를 찾게 만드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인천SK 야구수학 토크콘서트'와 같은 프로그램이 단순한 교육 행사를 넘어 미래 팬을 만드는 투자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구계가 미래 고객 확보를 고민한다면 학교와 연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류선규 전 단장.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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