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던 감독들의 행선지가 속속 정해지고 있다. 한국축구 입장에선 '선택지'가 점점 줄어드는 셈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괜찮은 감독들은 저마다 새 팀을 찾아 4년 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임시 사령탑부터 뽑아야 하고, 11월 이후에야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로 결정한 대한축구협회가 마주한 딜레마다.
직접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포함한 대륙별 대회 지휘를 희망하고, 실제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던 'FC바르셀로나 레전드' 사비 에르난데스(스페인) 감독은 13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사비 감독은 한국 감독직 자체엔 관심이 있었으나, '임시 감독직'엔 관심이 전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그는 네덜란드축구협회와 4년 계약을 체결하고 2030 FIFA 북중미 월드컵까지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기로 했다.
뿐만 아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을 이끌고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신화를 썼던 즐라트코 달리치(크로아티아) 감독도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꾸준히 한국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에르베 르나르(프랑스) 감독 역시 일찌감치 코트디부아르 신임 사령탑이 됐다. 이처럼 한국 대표팀과 연결이 됐던 감독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저마다 제 살길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축구 입장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지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한국은 9~10월 A매치 기간 4경기, 그리고 11월 A매치 2경기 등 올해 A매치 '6경기만' 지휘할 임시 감독 채용 과정이 한창이다. 정몽규 회장 사퇴로 대한축구협회 수장이 사라진 상황에 새 정식 감독을 뽑기보다는, 우선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하다 새 회장부터 선출된 뒤 제대로 된 절차를 다시 거쳐 차기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자체로는 일리가 있으나 문제는 시간이다. 올해 예정된 A매치 6경기는 단순히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조직력을 가다듬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6경기를 임시로 지휘하는 감독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겠으나 이게 아니라면 A매치 6경기를 치른 뒤 '원점'에서 다시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이른바 '괜찮은' 감독 후보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이다. 한국축구가 임시 감독 체제, 새 회장 선거 등 어수선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한국보다 더 나은 환경 또는 더 나은 조건을 앞세운 다른 대표팀이나 클럽팀이 남은 후보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겠다는 의지로 대한축구협회의 정식 감독 공개 채용 기간만 기다릴 '괜찮은 외국인 감독'은 있을 리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동안 연결됐던 괜찮은 외국인 감독들이 저마다 새로운 팀 지휘봉을 잡는 바람에 선택지가 사라지는 경우다. '적절한 후보가 없다'는 논리가 대한축구협회의 방패가 되는 순간, 자연스레 한국인 감독들이 또 한 번 차기 사령탑 후보군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엄청난 반발이 불가피하겠지만, 홍 감독의 대실패 이후 또다시 한국인 사령탑의 선임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오를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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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미 서류 마감까지 끝난 임시 감독 채용 과정을 돌연 '정식 감독 채용'으로 방향을 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 회장이 선임되기도 전에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를 밟는 것 역시 향후 절차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결국 새 축구협회장이 선출되고, 정식 감독 선임 절차가 진행될 때까지는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자칫 정식 감독 선임마저도 예상보다 훨씬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축구가 마주하고 있는 답답한 딜레마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