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IBM 파문 - 전지수 추락

[뉴욕마감]IBM 파문 - 전지수 추락

손욱 특파원
2002.02.16 07:27

[뉴욕마감]IBM 파문 - 전지수 추락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대거 발표된 거시지표 내용이 뒷전에 밀리고, IBM의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한 논란에 촉발돼 기업 수익공시내용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며 전지수가 추락했다.

나스닥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투자심리가 급랭하며 지수가 곤두박질쳤다. 오후 들어 평온을 되찾으며 더 이상의 하락을 막아냈으나 그렇다고 소폭이나마 회복된 것도 아니었다. 전날보다 38.12포인트(2.07%) 하락한 1,805.25로 마감됐다.

다우존스지수는 나스닥과는 달리 1만선에서 물러나지 않으려는 기세를 바탕으로 오전중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계속됐다. 그러나 오후 들어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전날보다 98.95포인트(0.99%) 하락한 9,903.04로 마감돼 1만선 등극 하루만에 다시 물러났다.

S&P500지수는 12.29포인트(1.10%) 하락한 1,104.19로,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1.24포인트(0.26%) 하락한 469.51로 마감되기는 했으나 대형주에 비해 하락폭이 소폭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이날의 하락세를 촉발시킨 하드웨어 3.61%를 비롯해, 인터넷 3.13%, 멀티미디어 3.93%, 소프트웨어 4.00%, 텔레콤 3.51, 네트워킹 4.03%, 반도체 1.76% 등 전 기술주가 하락했다.

비기술주도 대부분 하락해 증권보험 3.99%, 은행 1.09%, 소매 1.40%, 유틸리티 1.67%, 귀금속 1.38%를 기록했으나 석유, 교통, 항공, 제약, 제지주는 0.5%대 소폭 상승했다.

거래량은 이날도 평소보다 적어 나스닥시장에서 15억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4억주가 거래됐다. 나스닥에서는 주가가 내린 종목이 오른 종목수를 21:13 비율로 상회했으나 거래소에서는 16:14 비율로 오히려 주가가 오른 종목이 더 많았다.

이날은 거시경제지표가 봇물처럼 쏟아진 날이었다. 소비심리지수는 예상보다 나빴으나 산업생산과 인플레이션 관련 지수는 그런대로 내용이 좋았다.

경제활동지수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연방준비은행의 산업생산지수는 지난 1월 0.1% 하락했으며 공장가동율도 74.2%로 12월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수준과 벗어나지 않았지만 공장가동율은 최근 20년래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노동부는 생산자물가지수를 발표했는데 1월중 0.1% 오르는 데 그쳐 월가의 예상 0.2%를 하회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부문을 제외한 핵심지수는 오히려 0.1% 하락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안심해도 될 부문임을 확인시켰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2월중 소비자신뢰지수는 1월의 93.0보다 하락한 90.9로 나타나 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월가를 크게 실망시켰다. 이는 지난 9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것으로 고용사정 개선으로 소비심리와 지출이 회복국면에 들어왔다고 믿고 있던 월가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소비자신뢰지수가 실망스러운 결과로 나타났지만 거시지표 발표내용은 전반적으로 충격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날 막상 증시를 곤두박질치게 한 것은 예상치 않았던 복병이었다. 기업회계관행과 관련한 좋지 않은 소식이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지만 아무도 그 여파가 IBM에까지 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정평있는 일간지인 뉴욕 타임즈는 이날 IBM(-4.4%)이 4/4분기 실적발표과정에서 3억달러의 영업비 용 감소효과를 가져왔던 JDS 유니페이스에의 자산매각 사실을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기사를 취급했다. IBM 대변인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자산매각을 통해 일반지출에 충당하는 것은 일상적인 영업활동의 일부라며 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PC 비디오카드 메이커인 엔비디아(-8.0%)도 증권관리위원회(SEC)의 조사 이전에 자체적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촉발돼 주가가 하락했다. SEC는 이 회사가 3억 6천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부당하고 회계처리한 사실에 대해 질의서를 보냈었다.

비디오 게임 제작사인 테이크-투 인터랙티브(-4.2%)는 이날 거래가 재개됐으나 주가는 다시 하락했다. 이 회사는 2천만달러에 달하는 수익규모를 과대공시했다고 시인하면서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한 이래 거래가 일시 중단됐었다.

나스닥에서 가장 활발한 거래를 보인 월드콤(-5.3%)은 이날 판매 커미션을 부풀리기 위해 주문실적을 조작한 혐의로 세 명의 직원을 조사중이라고 하면서 12명의 판매직원의 커미션 수입을 동결했다. 월드콤은 올 들어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전날 마감후 델 컴퓨터(-4.6%)가 수익을 발표했는데 주당 17센트의 순익을 올렸으며 판매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수익발표 이전 하락한 후 오전중 회복됐으나 IBM의 직격탄을 맞고 주가는 다시 큰 폭 하락했다. 델은 최근의 저조한 영업환경하에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날 하드웨어주의 부진이 시작된 후 반도체주가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메모리칩부문은 CS 퍼스트 보스톤에 의해 투자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선전해 하락폭은 다른 기술주에 비해 적었다.

CSFB은 2/4분기 이후 메모리칩 부문은 급상승 기류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 스토리지, 앳멜, 인테그레이티드 모두 1-3%대 주가가 올랐으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3.4%)는 하이닉스와의 합병 소문이 겹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에너지주인 핼리버튼(+12.7%)은 종전 핼리버튼의 자회사를 상대로 한 20만명이 연루된 소송을 일시 계류할 것이라고 선언함에 따라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 소식으로 주가는 폭등했다.

제너럴 모터스(-1.1%)는 두 생산라인에서 2,85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트럭 판매부진과 영업상황 악화에 따른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우종목중 IBM과 AT&T가 무려 4%대 폭락했으며 휴렛-패커드, 인텔, 홈 디포, 제너럴 일렉트릭, 마이크로소프트, 어메리칸 익스프레스, 씨티그룹 2%대, 월트 디즈니, 제너럴 모터스, 캐터필라, 인터내셔날 페이퍼도 1%대 하락했다. 그러나 듀 퐁, 이스트만 코닥 2%대 등 8종목은 주가가 올랐다.

이날 인터넷 지불서비스 제공업체인 페이팰(+29.9%)은 전날 주당 13달러의 기업공개후 첫 거래일인 이날 한 때 주가가 무려 22달러 수준까지 육박했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대로 심볼 테크놀로지(-37.2%)는 월가의 예상과 벗어나지 않는 수익규모를 발표했으나 현 최고경영자인 토모 라즈밀로빅씨가 사임하고 창업자이자 전 CEO인 제롬 스와츠씨가 다시 경영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이례적인 결정에 이날 최고하락폭을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나스닥시장에서는 월드콤 -5.34%,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4.52%, 시스코 시스템즈 -1.78%, 인텔 -2.73%, 델 컴퓨터 -4.59%, 엔비디어 -8.04%, 넥스텔 커뮤니케이션즈 0.00%, 오라클 -4.53%, 주니퍼 네트워크 -6.78%, JDS 유니페이스 -1.30%이 거래량 상위를 차지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즈 -4.14%, 스프린트 -8.82%, 심볼 테크놀로지 -37.23%, 타이코 인터내셔날 +3.93%, 핼리버튼 +12.69%, 루슨트 테크놀로지 -7.22%, AT&T 와이어리스 -2.15%, AES -36.84%, AOL 타임 워너 -4.79%, 씨티그룹 -2.48%의 거래가 활발했다.

엔론으로 시작돼 종합제조그룹인 타이코 인터내셔날(+3.9%), 제약주인 엘란(-2.1), 기술주인 퀄콤(-7.9%)으로 이어진 기업수익 부풀리기에 대한 우려가 잠잠해 지는가 싶더니 이날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한편 퀄콤은 전날 적극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최고재무책임자 교체를 발표했다.

최근의 기업회계와 관련한 초긴장상태는 각 기업이 수익계산시 전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므로 1/4분기 수익발표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폭락한 것이었다.

이번 1/4분기 다시 기업수익이 하락세를 보일 경우 연속해서 다섯 분기째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지난 1970년 이래 처음인 것으로 기록되게 된다. 기업수익 상승에 대해 큰 희망을 걸지 않고 있는 월가는 각 기업의 보수적인 수익계산으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편 다음주 월요일(18일)은 미국의 국경일인 대통령의 날(프레지던트 데이)로 증권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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