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은총재의 직접화법

[기자수첩]한은총재의 직접화법

문형민 기자
2002.04.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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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선배)[기자수첩]한은총재의 직접화법

지난달 13일,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전미 은행가 독립협회(ICBA) 콘퍼런스 연단에 올랐다. 미국의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물론 전세계 언론이 일명 '세계경제 총수'의 입을 주목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 수개월간 과거 1년간 경제를 억압하던 요인 중 일부가 사라지기 시작한 한편 경기 활동은 견고해지고 있다는 신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전 "경기가 확장 중"이라고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면서도 시장참여자들에게 덜 낙관적이라는 미세한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했다. 알 듯 모를 듯 얘기하는 그의 장기가 다시 발휘된 것이다.

4일 박 승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했다. 이날 금통위는 콜금리를 현수준 4.0%에서 유지하는 대신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 물가 상승 압력 등을 고려, 금리정책을 기존 '부양'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발표내용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자 증시, 특히 채권시장은 느긋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잠시 뒤 박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은 금리 인상에 미리 대비하라"고 말했다. 다들 귀를 의심했지만 분명 한은 총재가 직접 '금리인상'에 '대비하라'고 말한 것이다. 한은총재의 발언이 알려진 오후 1시쯤 국채선물가격은 30분만에 102.80에서 102.50으로 0.30포인트 곤두박질치고, 하락세를 유지하던 국고채 수익률도 연중최고치로 뛰어올랐다.

"한 나라의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직접화법을 쓸 수 있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 은행 채권딜러는 "정책 책임자의 세련되지 못한 발언으로 인한 비용은 결국 시장이 물게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취임후 처음 맞는 금통위니까...'라고 이해하는 시장 관계자들은 많지 않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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