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가와 특허

[기고]주가와 특허

이근
2002.05.03 14:03

[기고]주가와 특허

[편집자주]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신문 보도를 보니 스위스 IMD의 추정에서 한국의 과학경쟁력이 작년에 세계 21위에서 11계단 뛰어 올해는 10위로 도약했다고 한다. 이런 도약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기업 연구원 당 등록 특허수 세계1위, 내국인 특허 등록 건수 세계 3위, 해외에서 취득한 특허등록 건수 세계 10위 등 지적재산권 분야에서의 우세라고 한다.

특허를 대표로 하는 지적재산권은 이제 단순히 과학기술력의 지표가 아니라 중요한 경제지표로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지식기반 경제의 도래일 것이다. 노동과 자본에 추가하여 지식이 제3의 생산요소로 등장하였는데 이 손에 잡히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 지식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수량화하려는 경제학에서 보아서는 골치 아픈 존재이다. 이점에서 특허는 경제학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이다. 특허는 인간의 지적 활동의 결과물의 지표이고 또한 지식양 측정의 대리변수로서 그래도 가장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러 특허 데이터가 많이 축적 정비되어 경제분석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 중요한 예가 기업 가치 평가 즉 주가와의 관련일 것이다. 최근 외국의 유명 잡지가 우수기업으로 전자에서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를 꼽고, 자동차에서는 현대자동차를 뽑았다고 한다. 두 기업 모두 매출 성장이나 수익성 면에서 우수하여 국내 시장에서 주가 상승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기는 하나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두 기업 모두 주로 미국특허를 가장 많이 내는 한국기업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성과는 독보적이다.

가령 1998년에 한국이 취득한 미국특허가 약 3,200 여 개인데 이중 약 1,200 여 개가 삼성전자 한 회사가 취득한 것이어서 한국이 취득한 미국특허의 30%이상이 된다. 98년 기준으로 미국특허를 3,000개 이상 취득하는 나라는 외국으로서는 일본, 독일 정도 밖에 없고 그 다음이 한국이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비IT 분야에서는 가장 많이 미국특허를 취득하는 한국기업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기업 성과가 좋고 주가가 높은 것에는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이처럼 지적재산권 보유량이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음을 짐작케 해준다. 주가라는 것이 기업의 내재적 가치이고 이 기업의 가치에는 당연히 무형재산 즉 특허가 들어간다. 내재가치를 경제학에서는 기업의 예상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로 보는데, 특허는 단순히 장부상의 보물이 아니라, 로얄티 수입을 낸다는 점에서 이 자체가 미래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이다. 실제로 특허의 가치는 그 것이 벌어들일 미래 소득의 현재 가치로 본다.

또한 특허는 그 자체가 소득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주요한 시장경쟁 수단이다. 필자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선진국 기업일수록 특허를 자신의 기술보호 및 수입 창출 목적으로 출원하는 반면, 한국과 같은 추격국 기업은 특허를 방어 및 공동 라이센스 등 기술교환 및 이전 협상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즉, 관련 기술 분야 및 발전 경로의 적재 적소에 보유 특허가 없는 기업은 시장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 현재 세계 경제 전쟁의 규칙이다.

이런 면에서 한 기업의 장래를 판단할 때 이제는 그 기업의 재무적 포트폴리오 뿐만 아니라 특허 포트폴리오를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 주가 예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분석 수준이 이런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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