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황영기사장"집팔아 ETF 산다"

[초대석]황영기사장"집팔아 ETF 산다"

이상배 기자
2003.04.07 11:32

[초대석]황영기사장"집팔아 ETF 산다"

고객중심 경영을 선언해 증권업계에 ‘정도경영’바람을 몰고왔던 삼성증권의 황영기 사장은 “증권사들이 고객보다 약정을 우선시하는 경영을 탈피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그러나 삼성증권이 약정을 포기했다는 얘기는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황 사장은 “5~6월을 기점으로 불확실성이 걷히면 주가가 오르고 이에 따라 투자도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개인적으로 얼마전 집을 팔고 모든 자산을 현금화해 매수타이밍을 기다라고 있다”고 털어놨다. 머니투데이는 황 사장의 경영방침과 시장전망 등을 들어봤다.

- 황 사장께서 내건 ‘주식약정 위주 경영 탈피’ 방침이 증권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증권사의 수익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약정에 치중하지 않는 경영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주식 약정영업을 줄여나가고 있나요.

▶ 은행과 비교해 가장 경쟁력있는 분야인 주식부문인데 왜 포기하겠습니까. 다만 고객수익보다 약정 수익만 올리려는 식의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회사 직원들조차 주식 영업하지 말라는 이야기인 줄 알고 주식에서 손을 놓고 수익증권 영업만 하려고 하더군요. 요즘 직원들을 상대로 방향 교정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식부문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2곳의 ‘주식전문지점’을 신설했습니다. 주식에 대해 특히 잘 아는 전문가를 선정해 서울지점에 25명, 경인지점에 10명을 배치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다더라’고 소문나게 할 생각입니다.

- 황 사장께서 ‘노선버스’라고 비유했듯이 고객들이 증권사를 이용하는데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게 현실입니다. 선도 증권사로서 어느 점을 차별화하실 생각이신가요.

▶사장으로 취임하고 가장 먼저 한 생각이 증권사가 고객에게 해주는게 뭐냐는 거였죠. 저는 수수료를 매매체결의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수료는 투자정보에 대한 대가입니다. 투자정보가 바로 증권사의 본령이라 생각합니다. 직원들을 브로커가 아닌 재정상담사(FA: Financial Adviser)라고 부르기로 한 이유가 바로 거기 있습니다. 고객이 믿고 와서 조언을 구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실력을 기르고 신뢰를 쌓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최근 증권사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서치 인력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어떤가요.

▶리서치 인력을 줄일 생각이 전혀 없고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서치 인력이 나간다면 다른 이유입니다. 리서치를 강화하려고 개인적으로 여러가지로 연구를 많이 합니다.

- 올해 증권업계 화두는 단연 인수.합병(M&A)입니다. 인수.합병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같은 경영방침은 여전한가요.

▶예전에 같은 ‘노선 버스’끼리 합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핵심역량이나 자원을 가진 곳이 있다면 M&A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풍부한 고객과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M&A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금융공학 등 자본시장 분야에 뛰어난 인력들을 가진 곳이 있어도 고려할 만도 하죠. 그러나 아직 그런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필요로 할만한 분야의 핵심역량을 가진 곳이 아니면 M&A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부가 너무 은행 위주로 금융정책을 펴고 있어 증권업계가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정부규제에 대해 건의한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증권업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업종도 없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는 각종 파생상품 등을 따라가기도 바쁠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증권업이 다룰 수 있는 금융상품을 정부가 일일이 허용해주는 열거주의식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금처럼 유가증권에 대해 열거주의를 적용하는 상황에서는 증권사들이 일할 수 있는 영역이 너무 좁습니다. 갈수록 고객의 요구는 다양해지는데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은 한정돼 있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증권사 간 차별화도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 경험적으로 주가지수를 가늠하는 개인적인 '선행지수'가 있는지요.

▶경기흐름을 파악할 때 저는 중요한 변수로 기업 투자를 봅니다. 경기가 풀리고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면 기업은 반드시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전 삼성 계열사 사장들을 만날 때 그들의 표정을 봅니다.

- 기업투자가 계속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경기전망이 좋지 않다고 보시겠군요.

▶기업 투자가 위축된 것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고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두고 보자라는 심리죠. 북핵 문제도 위험이라기보다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은 긴장 상태로 계속가든 긴장이 해소되든 확실한 방향만 나오면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입니다. 5월 한미 정상회담 등을 고비로 윤곽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업투자가 살아나지 않는데 불확실성만 걷힌다고 경기가 좋아질까요.

▶불확실성이 걷히면 주가가 상당히 오를 것이고 주가가 오르면 소비심리가 회복돼 기업들도 투자할 마음을 갖게될 것입니다.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란 얘기죠. 주가가 투자를 선도할 것입니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 주식투자 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개인적으로 얼마전 집을 팔았어요. 가능한 자산은 모두 현금화해 모두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뒀어요. 지수가 520을 밑돌거나 500을 건드리면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증권사 사장은 주식투자 할 수 없을텐데요.

▶그래서 간접투자할 생각입니다. 주식보다 채권을 훨씬 많이 편입하는 주가지수연계증권(ELS)보다는 주식편입비율이 높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주가가 더 떨어진다해도 얼마가지 않아 반등하지 않겠어요.

-삼성증권 사장 재임 기간 중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회사가 안정된 수익구조를 갖추도록 하고 싶습니다. 주식약정(Brokerage) 종합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자본시장(CM) 이 4가지수익이 3:3:2:2가 되도록 하는 겁니다. 지금은 5:3:1:0에 가깝습니다. 삼성증권이 이처럼 안정적이고 균형있는 수익구조를 마련하도록 하는게 제 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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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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