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자금 초단기 부동화'
SK글로벌의 분식회계와 카드사의 부실우려에 따른 카드채 수급문제로 MMF에 대한 대량환매 사태가 발생해 두달 만에 무려 25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했다. 4·3 정부당국의 적절한 금융시장 안정화대책이 발표되면서 시장은 외형상 안정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요인은 잠복돼 있다.
지정학적 위험이 다소 완화되고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대책, 부동산투기 규제책 시행 등이 고무적인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금난에 부딪치는 카드채 문제, 사스(SARS)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소비와 투자수요 부진 등이 불안심리를 부채질 하고 있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현상(Flight to Quality)을 심화시켜 무위험자산인 국공채나 통화안정증권, 은행의 단기 MMDA 등 단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리게하고 있다. 시중자금의 흐름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위험회피와 단기 부동화 현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첫째, 경제전반에 걸친 불확실성 때문이다. 지정학적 위험문제, 미국경기의 회복 지연우려, 국내소비·투자수요가 언제 회복될 것인가 하는 불안심리가 그것이다.
둘째,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이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개인 예금자들은 저축적 동기보다 예비적 동기로 자금를 예치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MMF나 MMDA의 상품상 메리트를 들 수 있다. 많은 금융상품이 시가평가를 적용하다 보니 장부가 평가나 확정금리형 상품을 선호하게 된다는 점이다. 장기펀드와의 수익률 격차, 환금성, 투자대상의 한계, 저금리수준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상품의 장점이 특히 부각된다.
자금의 초단기 부동화 현상은 실물경제나 금융시장 측면에서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초래한다.
첫째로는 무엇보다도 돈이 금융권에서만 순환되고 실물부문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금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데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자금의 장기수요자에게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단기자금을 선호하는 개인고객의 환매에 대비하다 보니 장기물에 투자할 수 없다. 또한 일시적인 악재가 출현될 경우 대량환매에 직면하여 불안요인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는 경우가 발생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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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투신사를 비롯하여 금융권의 자금운용상 애로가 생긴다. 특히 투신사의 경우 고객의 요구에 의해 단기상품 운용에 치중한 결과, 수익성 악화와 제반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장기투자기관으로 정착되는데 제약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이나 금융권 주체 모두가 신용의 양극화 현상과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금융시장의 건전화를 이룰 수 있다.
첫째,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경제외적 요인의 해소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정책의 불투명성 제거 등 가능한 조치는 조속히 해야 할 것이며, 주요 금융기관들은 위험을 무조건 회피하는 자세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운용으로 바꾸어야 한다.
둘째, 장기상품에 대하여 정부당국은 정책적 지원과 유인동기를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지난번 장기상품에 대한 세제지원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셋째, 금융기관 스스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여 단기성 자금을 장기화로 흡수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로 은행, 투신사 등 금융기관은 수신경쟁을 지양하고, 일시적 충격에 의한 급격한 자금이탈에 대한 사전준비를 철저히해야한다. 무엇이 중장기적으로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