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증시의 노이로제

[기자수첩]한국증시의 노이로제

이웅 기자
2003.06.11 11:52

[기자수첩]한국증시의 노이로제

"핵 보유는 위협용이 아니라 우리 형편에서는 선택이 불가피한 전쟁 억제책일 뿐이다" 지난 9일 나온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이다. 한동안 침묵했던 북한은 오히려 전보다 더 침착하고 정연한 모습이다. 과거에 봤던 허세나 위협 대신 호소력(?) 있는 논리가 들어섰다.

전문가들도 새로운 '호러 쇼' 같지는 않다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하는 전비 부담을 줄여 파탄난 경제를 치유하면서도, 웬만한 불량국가 하나 '조지는' 데 한달도 안 걸리는 초강대국을 상대하려면 그 수밖에 없을 것이란 말이다.

국내외 외신들은 북한이 처음으로 핵 보유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증시 파장이 그리 크지 않다. 그동안의 잦은 위기가 낳은 '학습 효과' 덕분이거나, 웬만한 악재를 무시할 만큼 증시 체력이 강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국외자들의 판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핵 위기는 현실적인 위협이라기보다는 심리적 불안이 컸다는 것이다. 10일 아시아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에 대한 의견을 '중립'으로 상향조정한 메릴린치나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권에서 유지한 3대 신용평가사들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실제 북미 관계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더 개선된 것도 없지만 크게 악화된 것도 없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북한이 조만간 한일을 포함하는 다자회담을 수용, 베이징 3자회담의 후속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 증시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아무리 펀드멘털이 개선되고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두를 달려도 북핵을 넘지못하면 만사가 끝장이라는 불안을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밀고 당기는 북미간의 줄다리기 속에서 확인할 수 있던 사실은 한 가지, 아무리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세력을 규합해도 직접 대화없이는 '변죽 울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북미간의 담판 말고는 근본적인 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국 증시에서 들러붙은 이 피해망상에 가까운 노이로제도 떨쳐버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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