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불붙은 환율전쟁

[기고]불붙은 환율전쟁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3.06.30 12:35

[기고]불붙은 환율전쟁

세계경제의 견인차로서 대규모 경상수지적자를 감수해왔던 미국이 달러약세기조를 허용하고 있다. 금리인하로 디플레이션 위기를 비켜가면서 경상수지적자 축소와 수출 드라이브로 고용과 성장을 회복시키려는 미국의 시도가 구현되고 있는셈이다. 세계성장의 3대축이 동시에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회복은 세계적으로도 필요한 카드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85-87년 당시와는 달리 주로 아시아지역 통화의 강세기조를 배경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정작 환율조정의 축인 중국위엔화는 달러에 고정(페그)되어 조정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15-30%가량 절하된 달러화는 정작 가공할 경쟁력을 가진 중국위엔화에 대해서만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불균형을 시정해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국제금융체제상의 구조적인 문제는 저달러로 인해 아시아의 수출지향적 소개방경제를 다시 한번 강타할 것이 우려된다.

특히 유로화가 자체여건에 비해 충분히 절상되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일단 일본 엔화와 중국위안화의 미달러에 대한 절상압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적인 시장기반도 취약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의 개도국들로서는 저달러로 인해 그야말로 조정과정에서 생존기로가 막히게 되는 셈이다. 미국달러의 약세, 자국통화의 강세로 인한 경기위축을 비켜가려는 주요국들의 노력은 결국 경쟁적인 금리인하를 유발하여 전세계적인 유동성 함정과 통화정책의 무력함, 디플레이션의 확산을 유발할 뿐이다.

세계적으로 필요한 환율조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 중국의 환율체제이다. 중국은 2004년 이후에나 페그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달러약세정책의 부담이 결국 일본 우리나라 등 주변국의 고통이 클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소개방경제의 경우 위기이후의 환율체제는 거의 엔화에 고정된듯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만큼 엔화와 더불어 원화가 우리의 기초여건과 관계없이 절상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더욱이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정책노력과 부동산가격 상승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의 조류로부터 우리나라만이 벗어난 것으로 오판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완화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원화절상이 가중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공존하여 우리경제의 엔진부분인 수출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미국 달러약세가 주변국 통화에 대한 상대적 절상압력을 완화하는 유일한 카드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는 일이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이제 세계경제는 주식시장과 관련한 동조화추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상호의존적인 구도가 심화될수록 금융부문이 공통적으로 취약한 아시아와 남미지역의 경기부침(boom and bust)은 세계화에 노출된 우리의 앞날에 얼마나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계적 환율조정의 부담은 불공평할 정도로 체제적 준비가 덜 된 경제에 일방적으로 집중적으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남미와는 달리 우리가 처해있는 역내여건은 자유무역지대마저 없는 상태로 환율전쟁의 먹구름에 잔뜩 싸여있다. 생존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에 기득권보호 노력만 강조된다면 세계적 차원의 차별화는 빠른 속도로 진전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곧바로 자원의 이탈과 구조적 불균형의 심화 그리고 장기적인 저성장 침체의 시작을 의미한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생존전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당분간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과 더불어 각 경제주체의 냉철한 판단과 자구노력이 각별히 강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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