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모시장의 원성

[기자수첩]공모시장의 원성

김익태 기자
2003.08.01 17:47

[기자수첩]공모시장의 원성

"요즘 코스닥에 등록하려면 엎어치기 메치기를 당해야 합니다. 희망 공모가를 이리 깎이고 저리 깎여 반토막이 나기 십상입니다"

공모후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주간 증권사가 주식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시장조성의무'가 강화된 후 증권사와 공모희망사간의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증권사는 책임을 덜기 위해 공모가 후려치기에 나서고 있다. 가급적 싼값에 공모시켜야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사줘야 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속 모르는 사람은 공모주 청약경쟁률이 수천대 1에 달해 좋겠다고 합니다. 얼마나 공모가를 깎였으면 `무조건 먹는 주식'이라고 보고 그토록 청약률이 높겠습니까"

최근 공모청약경쟁률의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이 공모시장의 왜곡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말이다. 증권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만을 탓하기도 힘들다.

"얻는 것은 적고 위험은 큰게 요즘 공모제도입니다. 몇달 걸려 기업 하나 발굴해 등록시키면 3억∼5억원 내외 받는데 혹시 주가 떨어져 시장조성에 걸리면 일년동안 번 돈 이상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러니 공모가를 후려쳐서라도 위험을 줄여야죠"

한 증권사 임원은 "증권사들이 공모주를 자기 고객에게 마음대로 배정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좋은 기업을 발굴해 자기 고객에게 배정해줘 수익을 안겨준다면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메리트를 갖게됩니다. 그런데 현재 공모제도는 공모주의 절반을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정부가 만들어놓은 하이일드펀드에 갖다바쳐야 합니다"

이 임원은 "정부가 증권사 구조조정 안된다고 입으론 야단이면서 실제론 자신들이 안되게 막고 있다"며 "실력있는 증권사들이 좋은 기업을 발굴해 고객들에게 공모주를 배분해준다면 당장 증권사별 실력차이가 드러나게되고 구조조정도 이뤄질텐데, 제도적으로 이를 막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금감위.금감원이 공모제도를 또다시 개편한다고 한다. 이번만이라도 증권가의 원성에 귀기울여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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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안녕하세요. 편집국 김익태 편집담당 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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