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동북아 물류중심의 필요조건
아무리 철도망이 발달하거나 항공망이 거미줄같이 치밀해도 국제물류의 90%이상은 해상운송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입지 여건상 동북아시아의 중심항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의례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들 한다. 그런데 의당 그렇게 되어야 할 우리나라가 지금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가 되어 있나 돌아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조건은 그야말로 천부적인 혜택이지만 국제 물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핵심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대한 물량의 선박과 화물을 한치의 오차 없이 관리하고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경험 많은 맨파워를 갖추어야 하며 기술 또한 이를 담아낼 수 있을 만큼 성숙되어야 한다. 적극적인 국제홍보와 세제, 법제 등의 정부의 각종 지원도 같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동북아지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980년 7백만 TEU에서 2002년말에는 8천 5백만 TEU로 연평균 14%대로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 물동량의 31.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세계 5대 항만 중 4개, 20대 항만 중 12개가 동북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해상운송은 지리경제적인 측면에서 동북아 지역의 가장 중요한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각국은 지속적인 항만투자를 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은 여전히 항만시설 부족으로 체화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선진적인 국제물류항으로 손꼽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이 그만한 위치로 성장하는데 기여한 원인들은 해운물류를 담당하는 우리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항만과 내륙간 물류네트워크가 잘 갖추어져 있고 다양한 물류사업 지원을 위한 기반 인프라가 잘 짜여져 있다. 첨단 물류시스템을 갖추어 새로운 물류 메카니즘이나 다양한 고객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적인 물류체계가 수립되어 있고 우수한 물류 전문인력과 원만한 노사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로테르담을 세계적 거점항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최근 해운물류 업계의 움직임 중에 특징적인 것을 꼽는다면 선사들이 운항선대를 초대형화시켜 소수의 거점항에 기항하면서 피더항을 통한 원활한 운영을 기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때문에 거점항으로서의 역량을 갖추려면 더욱 대형화하고 고도화되어야 한다. 즉,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화물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처리와 피더항에의 원활한 연결을 가능케 하는 기본적 H/W 및 S/W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얼마나 잘 구축되어 있느냐의 문제, 즉 해운항만 정보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해운물류 산업 및 항만의 경쟁력이 평가 받게 된다.
항만물류 정보화로 얻을 수 있는 성과의 일례로 필자가 속해있는 해운물류 IT 전문기업인 싸이버로지텍이 수주한 평택항 터미널운영시스템 구축사업을 들 수 있다. 일반 재래부두 기능을 수행하던 평택항은 부두 전산화 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IT 기반의 첨단 컨테이너 항만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도권 및 중부권 물류유통거점으로서의 항만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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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정학적인 요건이나 인적 요건, 잘 발달된 통신기술과 인프라 등 물류산업의 발달에 필요한 기본적인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나라가 가진 지정학적인 조건보다는, 경험 많고 잘 훈련된 물류인력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과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IT기술과 잘 발달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에 더 가치를 두고 싶다.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국내 인터넷 환경과는 상반되게도, 현재의 해운항만정보시스템은 여전히 폐쇄적인 부가가치통신망(VAN)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여 동북아 물류의 정보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통합화된 정보관리시스템 구축과 정보망간의 연계 강화, 대형업체와 중소업체 간 정보화격차 해소 등 각 부문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부, 업체 차원의 정책수립과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중심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든 산업분야에 많은 노력과 투자가 요구될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의 노력 중에서도 우리의 현실적 경쟁여건과 성공가능성을 고려할 때 해운물류 정보화를 통한 동북아 물류 중심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