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원님 홍보비용
'은행, 자본잠식업체 661곳에 13조 물렸다'
'하이닉스 상계관세 협상, 성과없어'
26일 보도된 두 기사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먼저, 대출 관련. 금융감독원에게 요청해서 받은 수치를 근거로 엄호성의원(한나라당)이 내놓은 이 자료는 은행별 현황을 단순 집계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은행들과 복수거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661개라는 수치는 크게 부풀려진 것이다. 5.5조원을 물린 것으로 돼 있는 산업은행의 경우 3조원은 장부상 자본잠식 상태인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나간 정책자금이다. 이처럼 통계로는 부적절하다는 금감원의 설명은 의원측에 먹혀들지 않았다.
직원 20여명인 금감원의 한 부서는 이달들어 100건이 넘는 의원 요청자료와 씨름중이다. 금감원과 금감위는 2001년 국감서만 6734건을 처리했다. "상임위, 여야 가릴 것없이 요청이 폭주, 작년부터는 처리건수를 세지도 않는다"는게 금감원 말이다. 한 직원은 "이번 국감은 총선을 앞둬 1만건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며 "의원 홍보용 보도자료말고 입법활동에 쓰이는 것은 1%도 안될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하이닉스 상계관세문제를 두고 지난주 제네바에서 열린 협의에서 미국·유럽연합은 '보조금'의 증거로 지난해 금감원 국정감사 당시 의원 발언록을 우리측에 내밀었다. 당시 한나라당 김만제 의원은 “현대에 직접지원 9조3000억원을 포함, 99년부터 직·간접으로 34조원을 특혜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우리측은 "정부의 지시에 의해, 특정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응수했지만 '그럼 댁네 국회의원들은 아무 근거없이 막말 한거냐'는 반박에는 그렇다고 맞장구를 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입법활동과 정부감시는 의원들이 당연히 해야할 의무이고 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맘때가 되면 의원이름으로 지면을 장식하기 위해 드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득에 비해 너무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