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태풍 ‘매미’가 남긴 것
태풍 '매미'가 우리나라를 관통하면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 늘고 있어 이번 태풍이 침체 경기에 또다른 악재로 등장한 셈이다.
산업계는 화물연대의 잇단 파업으로 수출입 선적차질 등 타격을 받은데 이어 또한번 수출입 화물처리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됐으며, 그 어느때 보다 풍성해야할 농촌 들녘의 농민들은 태풍에 스러진 농작물들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응급복구로 제자리를 찾는 일일 것이다. 정부와 관계기관들도 수해 종합대책을 수립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양극을 달리던 여야도 이번만은 조기 복구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정치인들의 수해지역 위문 장면이 방송을 타고 이재민 돕기 ARS 프로그램도 줄을 이을 것이다.
이러한 사후처리도 중요하지만 우리경제와 이재민들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긴 이번 수해는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항구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 재해인 걸 어쩌란 말이냐’며 손을 놓고 있기에는 그 횟수가 너무 빈번하다. 수백년에 한번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많은 경비를 들이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자주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큰 경비가 든다 할지라도 반드시 적절한 대응수단을 갖춰야 한다. 만약 같은 형태의 자연재해가 거듭 발생한다면 우리의 대응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재해는 인재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는 강풍과 집중호우로 가로수가 넘어지면서 전선을 건드리거나 전봇대 자체가 쓰러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철도와 도로, 통신 등 국가기간망이 여전히 자연재해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제 자연재해는 전국 곳곳에서 무차별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런 만큼 물류시설의 지역배치를 '재난대비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기상재해에 의한 재산피해가 매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고 있는 만큼 선진국처럼 민간 분야에서도 태풍 보험 등 기상재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다행히 산업계는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며 정상화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농민들도 민관의 도움을 받아 벼를 다시 세우는 등 각계각층에서 수해 복구에 한창이라고 한다. 힘겹에 일으켜 세운 벼를 다시 쓰러뜨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