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라소를 위한 변명

[기자수첩]그라소를 위한 변명

김수해 기자
2003.09.18 13:00

[기자수첩]그라소를 위한 변명

월가의 상징 하나가 무너졌다. 90년대 미증시의 대호황을 이끌었던 리처드 그라소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이 과다한 급여에 대한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17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급여는 과다하게 많은 것일까. 95년 회장 취임 당시 그의 연봉은 220만 달러 였으나 2000년 1000만 달러를 돌파했고, 2001년에는 2555만달러로 절정을 이뤘다 작년에는 1200만 달러로 반감됐다. 올해는 24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라소의 연봉이 다른 거래소 사장에 비해 월등히 높은 건 사실이다. 런던증권거래소(LSE)의 클라라 퍼스 CEO의 연봉은 130만달러고, 한국의 강영주 이사장은 2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른 유명 CEO에 비해서는 결코 과다한 수준이 아니다. 정보통신(IT) 버블의 막바지였던 2000년 포브스가 미 500대 기업 CEO의 연봉을 조사한 결과, 컴퓨터 어소시에이츠(CA)의 찰스 왕 회장이 6억500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억170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이다. 3,4위는 각각 8700만달러와 5000만달러를 받는 컴퓨웨어의 피터 카마노스와 월트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다. 그라소는 2000년 1000만 달러를 수령했다.

사실 그를 사임으로 몰고간 것은 연봉보다는 1억4000만 달러에 이르는 각종 유예 보수, 즉 퇴직금이었다. 이 퇴직금 규모가 NYSE가 지난 3년간 벌어들인 순익의 총액보다 많다는 사실이 여론을 자극했고, 결국 그를 사임으로 몰고갔다.

그러나 NYSE는 상장사가 아니다. 따라서 스톡옵션도 없다. 다른 기업 CEO들이 스톡옵션으로 몇년 사이에 수억달러를 챙기는 것에 비해 그라소는 30여년간 일한 대가로 1억4000만 달러를 받게되는 것이다.

그라소의 급여는 현재 수준에서는 분명 과다한 것이지만 90년대 호황기를 기준으로 볼때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CEO의 연봉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기업 공개를 앞둔 기업들은 상장시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스타급 CEO 영입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월가 CEO 연봉은 부풀려졌고, 이제는 그 거품이 터졌다.

결국 그라소의 퇴임은 CEO의 고액 연봉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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