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장상인들의 하소연
"IMF때 보다 더 어렵습니다.도대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요" 엊그제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결같이 한숨만 지었다. 이들은 우선 경기부진을 그이유로 꼽는다.돈벌이가 없으니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이유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에 긴축을 했던 IMF관리체제의 경험은 경제불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습성을 키웠다는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학습효과가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체감경기는 최악의 수준을 맴돌고 있지만 경제주체들이 하나같이 IMF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하는 속내에는 IMF관리체제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강한 불안감이 내재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험을 통해 습득한 깨달음은 그 어떤 외부효과보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얼마 전 대한상의가 내놓은 한 보고서에도 국내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 호재나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해 흥미를 끌었다.경기전망을 지수화 한 BSI의 경우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따라 경기전망치의 변화폭(표준편차)이 외환위기 전(1990~1996년)보다 외환위기 후(1997~2003년)에 크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경기전망을 지수로 나타낸 한국은행의 CSI도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지갑을 여는데 인색하고 기업의 투자확대도 여의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과 중소제조기업까지 해외에 둥지를 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한다는 성급한 생각마저 든다.소비와 생산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게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작동원리다. 우리 경제가 혈액순환이 안 돼 동맥경화에 걸린 것은 아닌지 경제주체 모두가 재검검할 때다.